기자명 김소현 기자
  • 입력 2020.09.16 18:50

11개층 5800평 건물에 남은 17개 매장도 나갈 판…동대문 상권, 중국 고객 발길 끊겨 매출 급감

16일 찾은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1층의 모습. 매장 대부분이 폐점한 채 방치돼 있다. (사진=김소현기자)
16일 찾은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1층의 모습.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사진=김소현기자)

[뉴스웍스=김소현 기자] 5800평 건물이 텅 비었다. 16일 찾은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엔 업장 입구마다 흰색 천이 둘러져 있었다. 빈 매장 출입을 막는 천은 복도까지 삐져나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점포가 문 닫았다는 명백한 표시였다. 

2013년 개점한 롯데피트인은 지하 3층, 지상 8층으로 이뤄진 대규모 쇼핑몰이다. 총 180여 개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에 대형 브랜드 및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켜 트렌드를 선도하는 테마파크로 불렸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에 입점한 점포 상당수가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폐점했다. 16일 현재 지하부터 지상까지 총 17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현재 에스컬레이터에서 각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출입금지가 표시된 천으로 막힌 상황이다. 운영 중인 건물이라지만 공사 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각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막힌 상태다.(사진=김소현 기자)

업계 관계자는 "매장 대부분이 8월 말 계약이 끝나고 코로나19 이슈가 맞물리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건물 전체가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리뉴얼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뚜렷하게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건물에서 운영 중인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고객이 더욱 줄어들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롯데피트인에서 영업 중인 한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1년 계약이 끝난 곳은 본사가 모두 내보냈다"며 "이 매장도 계약 기간이 올해 말까지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유통 대기업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주말(21~23일)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주타겟층으로 삼는 동대문 롯데피트인의 피해는 더 크다. '업계 큰손'이라 불리던 중국 소비자의 발길이 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뚝 끊겼기 때문이다. 동대문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판매 제품 중 최소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졌다"며 "60~70%까지 매출이 사라진 데도 있다"고 전했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의 매장 입구에 경고 문구가 적힌 천이 둘러져 있다. (사진=김소현기자)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내 매장 입구에 경고 문구가 부착된 천이 둘러져 있다. (사진=김소현기자)

15일 국토교통부는 중단됐던 인천~우한 노선 운항을 8개월 만에 허가했지만 백신이 조기 출시되지 않는 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당분간 국내외 고객 감소로 고전을 면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업계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외는 물론, 국내 고객까지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정부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위기에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업계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정이 많이 어렵다"며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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