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9.19 14:05

선동 84㎡ 아파트 1년 만에 85% 급등…최대 2년 거주의무 충족 위해 전입 쇄도

경기 하남시 선동에 위치한 '미사강변 센트리버'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카카오맵 캡처)
경기 하남시 선동에 위치한 '미사강변 센트리버'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카카오맵 캡처)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임대차3법’이 수도권 전세시장에 불을 붙였다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기름을 부었다. 수요자들의 청약 의사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경기 하남에서는 거주요건을 채우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전세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13.3%가량 올랐다. ‘미친 전세’가 아닐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8‧4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2021년 하반기부터 2년간 3기 신도시 등에서 6만가구의 아파트를 사전청약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인천계양(1100가구)은 내년 7~8월, 남양주왕숙2 일부(1500가구)는 9~10월에 각각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이어 11~12월에는 부천대장(2000가구), 고양창릉(1600가구), 하남교산(1100가구) 등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하남 아파트 전셋값 작년보다 13.3% 올라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 대비 13.3% 올라 경기 지역 내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창릉지구가 위치한 고양(5.2%)도 경기 평균 상승률(4.9%)보다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반면 과천은 올해 ‘푸르지오써밋’ 입주가 시작돼 주변 단지의 전세 약세를 이끌며 작년 말 대비 -7.9% 변동률을 보였다.

하남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실거래가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하남 선동에 위치한 ‘미사강변 센트리버’ 전용면적 84㎡(13층)는 지난해 8월에만 하더라도 3억6000만원에 실거래 됐지만, 올해 8월에는 같은 면적 18층이 6억6500만원에 거래돼 1년간 무려 84.7% 올랐다.

하남 망월동 소재 ‘미사강변 하우스디 더 레이크’ 전용 84㎡(3층)도 지난해 8월 3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올해 8월에는 6억원(7층)에 거래됐다. 하남 선동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 전용 101㎡(7층)는 작년 8월 3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8월에 같은 면적 6층이 5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져 1년간 2억1000만원 상승했다.

3기 신도시 예정지의 전셋값 상승폭이 큰 이유는 사전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지역 거주요건을 충족하려는 수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남, 과천 등은 본청약까지 최대 2년 이상 거주의무 기간을 채워야 하는데, 내년에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곳을 노리려면 적어도 올해 해당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실제로 주민등록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청약 규제 중 지역 거주 요건이 1년에서 2년으로 강화(12‧16 대책)된 작년 말 대비 주민등록 인구 증감률은 경기 내에서 과천(6.2%)이 가장 높았다. 과천은 지난해 말 5만8289명에서 올해 8월 6만1902명으로 증가했다. 이어 김포와 하남이 4.9%로 뒤를 이었다.

과천은 서울 강남권과 인접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으로, 올해 첫 분양을 시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청약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외부에서 과천 내 이주가 꾸준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남도 송파‧강동권과 가깝고 아파트값이 서울보다 저렴해 같은 생활권을 이용하는 수요자라면 유리한 청약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이주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남‧과천 당분간 전세 매물 찾기 어려워…수급 불균형 한동안 이어져”

그렇다면 3기신도시 예정 지역에서 입주가 가능한 전세 매물은 얼마나 될까. 직방이 2018년 9월~12월에 전세 거래된 매물 중 2년이 지난 현재, 재계약시점이 도래하면서 전세 매물이 출시될 것이라 가정한 결과 인천이 8906건이었고, 경기 내에서는 용인이 52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남(4971건), 고양(4790건), 수원(3491건), 화성(3071건) 순으로 전세 계약만료 물량이 집계됐다.

3기 신도시 중 수요자들의 청약의사가 가장 높았던 하남의 전세 계약만료 물량은 1659건이다.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2523건이 거래됐고, 2018년 전체 거래된 물량 중 39.7%가량이 지금부터 연말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남양주는 2750건, 부천은 2141건이며 과천은 391건으로 예상 물량이 많지 않다. 여기에 임대차3법 시행으로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가 많을 경우 출회매물이 더 감소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하남과 과천은 외부 인구 유입에 의한 주민등록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2년 전 전세 거래가 진행된 매물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신규 아파트도 많지 않다”며 “당분간 전세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과천은 지역 인구(6만명대)가 타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하남처럼 매물 부족 현상이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0.6을 기록해 2015년 9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한편 부동산114가 18일 발표한 ‘수도권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경기‧인천 전셋값은 3기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남양주(0.22%), 하남(0.22%), 과천(0.20%), 광명(0.17%), 의왕(0.17%), 안산(0.14%), 수원(0.12%), 용인(0.12%) 순으로 올랐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과 관련, “3기 신도시 지역과 교통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 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이라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 품귀가 심화되는 분위기여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안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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