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9.18 20:30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복통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증상이다. 심지어 중고등학생의 약 15%가 매주 복통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복통의 원인도 각양각색이다.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부터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 또는 위궤양, 스트레스가 모두 복통의 주범이 된다. 이번 ‘명의 진료실’의 주제는 검사를 받아도 뚜렷이 원인을 찾을 수 없지만 수시로 통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 복통’에 대해 알아보자.

복통은 질병 경과에 따라 급·만성으로 구분한다. 보통 6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복통이 발생하면 만성 복통의 범주에 들어간다. 만성 복통 중에서도 특별한 구조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면 ‘기능성 복통’을 의심한다.

기능성 복통은 통증 부위가 명확하지 않고, 복부의 전반에 나타난다. 때로는 흉통이나 골반통이 동반되기도 하고,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오심·구토·두통·관절통 등 전혀 관련이 없는 부위의 통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능성 복통이 과민성 장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 기능성 복통증후군 등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에 의한 복통은 복부팽만감 등의 복부 불편감을 동반한다. 배변하면 증상이 주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에 의한 복통은 증상이 윗배에 집중된다. 증상은 쓰리거나 화끈거리는 양상을 보인다. 음식을 섭취하면 불편감을 호소하거나, 식사를 다 하지 못하고 더부룩한 증상을 호소한다.

기능성 복통증후군은 만성적으로 통증 자극을 조절하는 뇌의 조절기능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불안 등 정신·사회적 요인이 관여해 생활방식이나 사회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기능성 복통에는 진통제와 진경제, 항우울제 등이 처방된다. 하지만 그다지 효과는 뚜렷하지 못하다. 이때 침이나 한약과 같이 한의학적인 접근이 오히려 만족스러운 치료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만성 복통을 상·하복부로 나눠 윗배는 심장질환, 아랫배는 부인과적 질환이나 남성 생식기질환과의 연관성까지 생각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이외에도 스트레스나 화병, 음식, 선천적 허약이나 체중, 나이대를 구분해 체질에 따른 치료를 한다.

복부 혈자리 마사지 순서와 흐름.
복부 혈자리 마사지 순서와 흐름.

예컨대 찬 기운이 침입해 복통이 발생하면 복부를 따뜻하게 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또 복통이 은은하게 이어지면 감초나 오수유, 파뿌리(총백) 등을 처방한다. 음식으로 복통이 발생한 경우엔 급하게 설사시키지 않고 생강이나 건강 등이 들어간 치방으로 서서히 치료해야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굳은 피가 몰려있거나, 복부에 담이 있으면 치료법을 달리한다.

만성 복통은 원인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음식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물론 기름에 굽거나 튀긴 음식, 술, 커피 등도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는 것도 예방한다. 복통의 유형과 양상, 체질에 따라서도 음식 종류와 조리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도록 한다.

복통에 도움되는 혈자리 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복부에 있는 경혈점들로 복통, 변비, 설사시 따뜻한 자극을 주거나, 가볍게 지압이나 마사지를 한다. 한편, 중완(명치끝과 배꼽 중앙부위)이나 천추(배꼽 양옆으로 3㎝정도 떨어진 부위), 배꼽아래를 연결해 시계방향으로 복부마사지를 하면 속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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