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9.20 08:05

현대로템, 'K2PL' 내세워 폴란드 10.5조 전차 사업 '도전'…대우조선해양, '도산 안창호급' 개량형 통해 인도 7조 차세대 잠수함 선정 '노크'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장기 침체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 방산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K9 자주포가 호주 육군과 1조원대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K2 전차는 10조원 규모의 폴란드 신형 전차 사업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국내 방위산업이 코로나19와 수출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룬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난 2018년 방산 수출액은 2016년 대비 35%나 줄었다. 이미 계약해 놓은 물량은 다 나갔고, 신규 일감 확보는 못했으니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신규 물량을 따기 위해서는 도입 사업에 뛰어들어 입찰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협상 진행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방산 협상의 장이 될 수 있는 방산전시회도 대부분 취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K9 자주포의 수출은 '수주 보릿고개'를 힘겹게 걸어가던 방산산업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희소식이다. 방산업계는 방산수출 시장의 활로를 뚫기 위해 현지공장 설립 등 철저한 현지화 작업과 수출대상국에 알맞도록 무기체계 업그레이드를 통해 세계 군수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 실물. (사진제공=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실물. (사진제공=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 K9 자주포 호주 수출대박…레드백도 청신호 

한화디펜스는 최근 호주 육군과 사업비 1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육군에 K9자주포 30문과 K10탄약 운반 장갑차 15대 및 기타 지원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순수 국산 기술인 K9 자주포는 2010년에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 장비로 선정됐지만 2012년 사업 중단 후 10년 만에 수출이 성사된 것이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외에도 이미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지에 K9 자주포를 수출했다. 누적판매 총 600여문, 매출액은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차세대 K-전투장갑차인 '레드백'의 호주 수출도 청신호를 밝힌 상황이다. ·

현재 레드백은 호주 장갑차 교체사업인 랜드 400K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레드백은 미국과 영국의 글로벌 방산 기업을 제치고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의 '링스' 장갑차와 호주군의 주력 장갑차 선정 사업 최종 경쟁 중이다. 

한화는 최근 호주 정부와 본 계약 체결에 앞서 성능 확인을 위한 RMA(Risk Mitigation Activity·최종 우선협상자 후보 결정을 위한 성능 시험·평가)계약을 맺고 시제품 3대를 전달하기로 했다. 450억원 규모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출정식을 열고 레드백 시제품 2대를 호주에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늦어지면서 내년 1월초부터 호주 육군 주관으로 마지막 승자를 가릴 시험평가가 착수될 예정이다. K-9 자주포로 이미 호주시장의 물꼬를 튼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사업에 선정되면 장갑차 400대에 양산 5조원, 이후 유지보수까지 최대 1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오는 2021년말~2022년 최종사업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호주 육군이 레드백을 선택할 경우 한화디펜스는 향후 미 육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사업 규모만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호주의 자주국방과 안보,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로 임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또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협력업체를 물색하는 등 다른 어떤 기업보다 현지화 노력을 기울인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K2PL' 조감도. (사진제공=현대로템)
'K2PL' 조감도.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 전차의 나라 폴란드 'K2PL' 내세워 수출 도전

최근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3대 방산 전시회인 '제28회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에 현대로템이 참가했다. MSPO란 1993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동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규모가 축소돼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로템만 나갔다. 폴란드 차세대 주력 전차 사업을 앞두고 K2 전차의 제품 경쟁력과 사업 능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폴란드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신규 전차 개발·양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의 전차 사업은 총 800여대 10조5000억원 규모다.

폴란드는 현재 유럽 최대의 전차대국이다. 독일제 레오파드 2 시리즈를 250여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T-72 전차를 현대화한 PT-91 계열 전차 230여대, 과거 소련에서 직도입했거나 면허 생산한 T-72 계열 전차 580여대 등 1000대가 넘는 3세대 전차를 보유 중이다. 유럽의 강대국이라는 프랑스가 220여대, 독일이 240여대의 전차를 보유 중인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전력이다. 

폴란드는 점진적으로 병력과 장비를 줄이고 있지만, 기갑전력은 예외다.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전선으로서 러시아와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지상군을 유지해야 하는 안보환경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노후화된 전차 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한 차세대 전차 사업을 일찌감치 추진해 왔다. 

이런 상황에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폴란드 맞춤형 모델로 개조한 'K2PL'을 앞세워 폴란드 전차 사업 수주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K2PL을 계기로 현지 국산화 비율 제고를 위한 관련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조건을 내세워 폴란드 군당국의 낙점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초 폴란드는 신형 전차 개발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과 함께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 Main Ground Combat System)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독일과 프랑스의 참여 거부로 취소돼 현대로템을 파트너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가 K2PL을 도입하면 인접 국가에 수백 대의 추가 수출로 이어질 확률이 커진다. 폴란드는 인접한 체코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이른바 '비셰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의 일원으로, 폴란드의 신형 전차 도입은 나머지 최근 레오파드2 전차를 도입한 헝가리를 제외한 체코와 슬로바키아 육군에게 큰 관심사다. T-72 전차를 운용 중인 이들 두 국가의 차세대 전차 도입 규모는 최대 200여대에 달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K2 전차에 대해 해외 관심이 높다. 변속기 국산화 등을 통해 제작 상황이 개선돼 해외 수출 시 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외국 국방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터키에 K2전차 기술수출을 이뤄내는 등 K2전차의 글로벌 경쟁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며 "K2PL은 폴란드 신규 전차 개발 및 양산 사업에 최적화된 모델로 수주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방산 '큰손' 인도에 도전장 내밀은 '잠수함 강자'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7조원대 규모의 인도 잠수함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에는 해외에서 손꼽히는 잠수함 제조사들과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어 우리나라 방산산업의 위상을 가늠케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 방산시장에서 '큰손'으로 인증받고 있는 인도는 전통적인 적국 파키스탄의 군사력 현대화에 대응하고자 201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신형 무기 도입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재점화되면서 중국을 겨냥한 고성능 무기체계 도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는 엉망진창이 된 군수지원체계를 바로잡고 무기체계 운용을 정상화하고 무기체계 기술 자립을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펴며 무기체계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바로 이러한 유형이다. 이번 잠수함 사업에서 인도가 요구하는 조건은 인도 현지 생산과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기존에 보유한 재래식 잠수함보다 지속 잠항 능력과 공격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이번 잠수함 사업 입찰에는 ▲스페인의 나반티아 ▲러시아의 루빈해양공학중앙설계국 ▲프랑스의 나발그룹 ▲독일의 티센크루프 방위시스템 등이 대우조선해양과 경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안한 잠수함은 '도산 안창호급' 개량형이다. 경쟁사들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수준의 성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략적 임무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한 도산 안창호급 개량형은 연안 방어 임무 정도에 특화된 다른 경쟁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중배수량 3705t 급이며 고성능 연료전지를 탑재해 1개월 정도 수중 지속 잠함 능력도 갖췄다. 잠함속도 20노트로 경쟁사 모델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고 무장능력은 경쟁 모델에 비해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 입찰에 또 다른 강점으로 한국 기업 특유의 안정적인 사업 관리 능력이다. 최근 한화디펜스가 K9 자주포 현지 기술 도입 생산 사업을 관리하면서 계획 일정보다 빠른 납품, 기대 이상의 성능과 신뢰도를 보여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한국 방산업체에 대한 인도 정부 고위층의 신뢰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사업을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들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데 '미사일기술통제채재'(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MTCR란 탄두중량 500㎏, 사거리 300㎞를 초과하는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완성품 또는 기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회원국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에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함께 판매하려면 MTCR 규제를 우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측 동의가 필요하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 봉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멤버다. 인도 군사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는 높아질 테고, 이 때문에 미국은 인도에 대형 항공모함 건조 기술은 물론 함재기까지 판매를 추진할 만큼 인도의 군사력 증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즉 한국이 인도에 판매하는 잠수함은 강력한 대중(對中) 전략무기가 될 수 있고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한다. 즉 미국과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잠수함+SLBM' 패키지 판매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우리가 방산 수출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기여해 상당한 전략적 지위 향상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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