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9.19 07:40

"코로나로 안 간다" 이면엔 "돈 없어 못 간다"

(자료출처=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자료출처=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추석 이동 자체를 지속 권고하고 있다. 국민들도 방역에 적극 동참하면서 올해 추석 고향 이동 인파는 예년에 비해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역이 아닌 지갑 사정으로 고향가기를 포기하는 직장인들도 생겼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돈맥경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상여금을 준다는 기업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지급하겠다는 기업도 액수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추석까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10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6%가 자금사정 곤란을 호소했다. 이는 전년도 응답 비율보다 12.6%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도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추석 상여금(현금)을 지급할 예정인 업체는 47.3%로 1년 전보다 8.1%포인트 떨어졌다.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추석 상여금 지급을 포기한 것이다.

사람인이 기업 11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답한 기업은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줄어든 51.3%에 그쳤다. 대기업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절반을 겨우 넘겼다.

상여금 지급 금액은 대기업(92만원), 중견기업(68만원), 중소기업(5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지급액은 거의 두 배가량 차이가 났으나 그나마 상여금이 나오는 회사면 다행인 상황이다.

추석 상여금은 평균 58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6만1000원 줄어든 수준으로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금액이다. 평균 상여금이 60만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에는 70만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올해는 50만원대로 낮아졌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555개사)은 이유로 ‘코로나 사태로 경영 위기 상황이어서’(33.9%, 복수응답),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0.6%),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7.6%), ‘상황이 안 좋아 지급 여력이 없어서’(23.2%)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 중 26.5%는 ‘지난해에는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답해 코로나에 따른 경영난으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한 기업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고향을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직장인도 생겼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전씨(32세)는 “상여금은 없지만 수당은 있으니까 추석 연휴 당직에 자원했다. 부모님을 뵙고 싶지만 이번에는 안 내려 가는게 효도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박씨(34세)는 “올해 상여금은 없다고 해서 고향인 대구에 내려갈 비용을 그냥 부모님 용돈으로 드릴 생각이다. 부모님께는 코로나 때문에 못 내려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설에는 상여금을 과연 받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는 말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설 기업 자금사정은 이번 추석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8월 들어 재확산된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은 하반기 기업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지난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기업 181곳을 대상으로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기업경영실태에 대해 긴급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64.1%(매우 그렇다 24.7%, 다소 그렇다 39.4%)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사업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31.0%인 반면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4.9%에 그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