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9.22 16:00

"관·경 유착 없이 연초박 부실관리감독·늑장금지처분 등 가능하냐"

송운학(오른쪽 네 번째)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와 김선홍(오른쪽 다섯 번째)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 및 최재철(오른쪽 여섯 번째)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사)한국금연운동협회 서홍관 회장 등 약 10여인에 달하는 시민활동가들은 22일 연초박(煙草朴) 관련 관·경(官經) 유착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송운학(오른쪽 네 번째)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와 김선홍(오른쪽 다섯 번째)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 및 최재철(오른쪽 여섯 번째)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사)한국금연운동협회 서홍관 회장 등 약 10여인에 달하는 시민활동가들은 22일 연초박(煙草朴) 관련 관·경(官經) 유착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환경·시민단체들은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북 익산 장점마을 환경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KT&G 연초박 공정 부실관리는 인재(人災)참사다. 국가재난임을 인정하고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북 익산시장 등 상급 고위직 공직자는 물론 담배생산 폐기물 연초박 관리감독 총책임부서 환경부와 재활용 유관기관 농업진흥청 및 익산시 상급기관 전남도청 등 공직자를 포함해 고강도 전면감사를 실시해 관련자를 모두 중징계하고, 국가재난으로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KT&G가 연초박(담배 찌꺼기) 생산 공정에서 부실관리를 해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일명, '암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초박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적 암 발병 원인물질'으로 밝혀졌다. 애초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G업체의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2017년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며 연초박 비료공장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환경부는 18년 7월 연초박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건강영향평가 중간보고를 받고도, 2019년 11월에서야 공식적으로 공장 배출 오염물질과 주민 발암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했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20년 9월에서야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사이에도 연초박은 계속 비료 원료로 유통됐다.

이 같은 과정을 직접 겪었거나 밝혀진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이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날 "감사원이 전북 익산시의 상급기관인 전북도청과 폐기물 관리감독 총책임부서인 환경부 및 유관기관인 농진청 등을 감사에서 제외시켜 면죄부를 발급했다"며 "익산시 중하위직 극소수 말단공무원에게 경징계만 요구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축소시켰다면서 전형적인 부실감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환경부 등 행정당국은 부실관리감독과 재활용 늑장금지처분 등 커다란 책임이 있다"며 "발암물질을 발생시키는 연초박을 처음부터 재활용 전면금지 폐기물로 분류하지 않고 퇴비 원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초박을 유기질비료는 물론 퇴비비료로 사용할 때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을 지난해 6월 22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연구의 객관성과 신뢰성 등을 확보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끌다가 지난해 11월 1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고 분개했다.

또한 "당시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27일 공개 사과했지만, 환경부가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은 금년 1월경이었다"면서"KT&G는 즉각 이를 시행했지만, 유관기관인 농업진흥청이 이를 실제로 적용한 시점은 금년 9월부터였다. 전년 재고로서 금년에 재활용된 연초박 물량은 284.52톤"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생사건 관련 지도·감독 실태, 2000년 7월)와 더불어 민주당 장철민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2020년 9월 18일)등에서 KT&G 담배생산 폐기물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 부실관리감독과 재활용금지 늑장처분 등이 확인됐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관·경 유착 없이 연초박 부실관리감독, 늑장금지처분 등이 가능하겠느냐"며 "수십여 명이 암 집단발병으로 죽어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사건은 폐기물재활용 신고 부당수리, 폐기물 사업장 부실지도점검, 대기오염시설 부실지도점검, 악취배출사업장 부실지도점검 등 직무상 과실집단치병, 직무상 과실집단치사 사건"이라며 "직무유기에 기인하는 대형 관재(官災)참사, 대형 인재(人災)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천여명 이상(1232명)이 서명하자 그제야 비로소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고작해야 징계요구 1건(2인), 주의 3건, 인사자료 통보 1건(1인)뿐이었다"며 "그나마 징계받은 자들이 모두 과장급 이하 중하위직 말단공무원들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도 나서서 "KT&G의 연초박 처리공정 부실관리가 밝혀졌다"면서 "환경부가 폐기물 재활용에서 소각으로 결정된 것은 잘못을 인정한 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환경참사 원인을 제공한 KT&G는 이제라도 늦었지만 '피 맺히게 절규를 하고있는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배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여러 차례, 여러가지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장점마을의 실상을 알리고 있지만 장점마을과 관련해선 언론 등에서 너무 관심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계속해서 "장점마을은 대한민국 땅이 아니냐"며 "오늘 서울까지 온 것은 뭔가 다투려고 온 것이 아니고 살려달라고 부탁하려고 온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살려주십시요, 살고싶습니다. 장점마을에는 지금도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절규했다. 

그는 또 "금강농산은 폐기물처리업과 비료업체인데 이들이 폐수를 버리는 배수로에 대해 은폐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다가 약 수백 여 톤의 환경오염물질을 폐기처리 했다"고 분개했다.

더불어 "금강농산이 폐기처리한 오염물질은 장마 등 비가 많이 내릴 때, 저수지로 흘려보내 결국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한 주민들이 암이라는 질병과 함께 피부병 등이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가칭)공익감시단(준),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환경단체 글로벌 에코넷, 국민주권개헌행동, (사)한국금연운동협의회, 행·의정 감시 네트워크 중앙회,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수도권매립지 연장반대 범시민단체협의회 등이 공동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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