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9.23 17:16

강동경희대병원 차재명·곽민섭 교수팀, 조기치료 효과 과학적으로 밝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사진제공=강동경희대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염증성장질환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가 투약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투약시기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의료계에 처음으로 치료가이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곽민섭 교수팀은 염증성장질환 진단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시기에 따른 증상의 변화를 추적조사한 결과, 두 번째 증상 악화 전 투약한 환자가 가장 치료효과가 좋았다고 23일 밝혔다.

교수팀은 염증성장질환이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가 잘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같은 조기치료의 정의가 확실하지 않다는데 주목했다. 교수팀은 우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크론병으로 진단받은 2173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의 증상 악화 시기별 투약시기와 수술률 및 응급실 경유 입원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상적으로 두 번째 악화 전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한 환자들이 세 번째 증상 악화 이후 투약한 환자보다 수술률과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률이 유의하게 더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염증성장질환은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을 들 수 있다. 둘다 장에 만성염증이 생겨 복통이나 급박 변의를 느끼는 등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과거 이 같은 염증성장질환에는 5-ASA(아미노살리실릭산)이라는 약물을 사용했지만 효과가 떨어져 중등도 이상이면 스테로이드를 추가 처방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심해 급성기 단기치료에만 처방하는 한계가 있었다.

생물학적 제제는 이러한 치료의 한계를 극복한 신약으로 크론병 같은 염증성장질환자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약물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투약시기가 명확치 않고, 건강보험 적용 규정도 까다로워 조기투약의 근거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차재명 교수는 “서양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조기치료를 일률적으로 ‘2년 이내’로 정의했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임상경과 두 번째 악화 전 투약’이라는 치료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잡지인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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