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30대 무주택자 K씨, '이생망' 외친 이유
[취재노트] 30대 무주택자 K씨, '이생망' 외친 이유
  • 남빛하늘 기자
  • 승인 2020.09.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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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나는 영끌할 영혼도 없어. 나도 당연히 서울에서 청약 받고 싶은데, 그게 돼야 말이지”

지인들과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 30대 직장인 K씨가 한 말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과 관련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의 줄임말)’로 매매하기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을 받으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8월 25일 김 장관은 “다주택자와 법인 등이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영끌해서 집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서울이나 신도시에서 향후 공급될 물량을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받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집값이 폭등해버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하기보단 향후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게 나을 것이란 취지다.

이어 정부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긁어 모아 23번째 부동산 정책(8‧9 공급대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내년부터 2년간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6만 가구의 아파트를 사전청약으로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주택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다소 싸늘하다.

K씨는 “김 장관의 발언이 원론적으론 맞을 수 있더라도 젊은 세대들이 처한 아파트 청약 현실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방식인 가점제 위주의 서울 청약시장에서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2.7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최저 청약가점 평균(55.9)보다 6.8점 높다. 특히 이 점수는 서울에 사는 평범한 30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가점을 훨씬 웃돈다. 30대 최고령자인 39세 기혼 수요자가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17점)을 받고, 부양가족 3명(배우자‧자녀 2명)이 있더라도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은 57점에 불과하다.

여기에 3기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전격 발표되자 수요자들의 청약 의사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경기 하남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13.3%가량 상승했다. 사전청약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지역 거주요건을 충족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임대차시장은 앞으로 더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씨는 내년부터 진행되는 사전청약에 도전은 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마저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집포자(집 사기를 포기한 자의 줄임말)’가 될 것이라 선언했다.

우리나라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는 2500만명에 육박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이번 생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청약통장을 만들고 ‘내 집 마련’이라는 꿈에 다가가려 노력하지만, 폭등하는 집값, 높은 청약경쟁률과 가점에 힘없이 고꾸라지는 게 서민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김 장관은 지금으로부터 3년 3개월 전인 2017년 6월 23일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 없는 주거 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임사를 밝히며 ‘국토부 최초 여성장관’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2020년 9월 23일 현재 김 장관은 ‘국토부 최장수 장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취임 당시 약속은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의 이름 앞에는 ‘23전 23패’, ‘23타수 무안타’ 등의 수식어가 더 많이 등장한다. 임기 동안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없어서다.

김 장관의 향후 거취는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인한 불안감에 주택을 사들이는 패닉 바잉 현상이 얼마나 진정되느냐에 달렸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사전청약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서도 실패한뒤 24번째, 25번째 부동산 정책으로 대응하려 한다면 무주택 서민들은 그 상황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절망과 좌절, 실망과 체념이 어우러진 분노는 당장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심판'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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