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9.27 08:50

게임-게임, 게임-애니 협업 활발…남용하면 게임 관심 빼앗는 '역효과' 우려

펄어비스와 광천김이 콜라보해 내놓은 김 상품 '김은사막'. (사진제공=펄어비스)
펄어비스와 광천김이 콜라보해 선보인 김 상품 '김은사막'. (이미지제공=펄어비스)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게임업계가 이색 콜라보레이션에 빠졌다. 

최근 게임사들은 김, 햄, 과자 등 게임 세계관과 연계해 다양한 먹거리를 내놓고 신차 모델을 게임에서 구현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제휴로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고전 반열에 오른 게임 속 캐릭터를 자기 게임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게임회사들은 이런 이색 콜라보를 바탕으로 잠시 주춤하던 게임의 반등과 함께 게임 지식재산권(IP)의 새로운 변신을 모색한다.

◆게임 속 사막에서 구운 '김', NPC네 가게에서 나온 '햄'

이색 먹거리 콜라보에서는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가 선두주자다.

펄어비스는 지난 9일 조미김 제조기업 광천김과 함께 김 상품 '김은사막'을 내놓았다. '사막의 열기로 바싹 구운 김'이라는 콘셉이다. 제품은 도시락용 김 16봉과 20봉 두 가지다. 일반 김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상품 이름을 통한 언어유희와 독특한 콘셉으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해태제과와 콜라보로 '껌은사막'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태은단' 껌과 콜라보한 상품 포장지에는 게임 캐릭터들이 자리 잡았다. 펄어비스는 그 외 네네치킨, 도미노피자, 달콤커피, 설빙 등 식품 기업들과 다양한 콜라보를 선보여 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혜택을 늘리면서도 온·오프라인에서 즐거움을 주고자 이색 제휴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업들과 꾸준히 협업을 시도해왔던 넥슨은 이달 목우촌, 현대자동차와 콜라보를 연달아 진행했다.

지난 14일에는 목우촌과 함께 특별 추석선물세트 '떡쇠네-뚝심패키지'를 출시했다. '떡쇠'는 넥슨의 인기게임 '바람의나라: 연' 부여성 지역에 살고 있는 NPC다. 대장간에서 장비 수리, 무기 판매를 담당하며 덥수룩한 턱수염, 우락부락한 몸을 가지고 있다. 이 떡쇠가 선보이는 추석선물세트는 목우촌 캔햄 제품 '뚝심(6개)'과 '프라임(3개)'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윷놀이세트, 공기놀이 등이 들어 있는 미니전통놀이세트와 게임 쿠폰이 더해졌다.

넥슨은 '쏘나타 N라인' 출시를 앞둔 현대자동차와 게임을 활용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한다. 현대차와 맺은 파트너십으로 모바일, PC 카트라이더에서 '쏘나타 N라인'을 모티브로 제작한 카트를 선보인다. 이 카트는 10월 중 나와 게임 속 트랙을 달릴 예정이다.

넥슨X현대차 '쏘나타 N라인' 카트 등장 예고. (사진제공=넥슨)
넥슨X현대차 '쏘나타 N라인' 카트 등장 예고. (이미지제공=넥슨)

여타 게임기업들도 식품 업계 등과 힘을 합쳐 이색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24일 1인칭 총싸움 게임 '콜오브듀티' IP를 활용한 스낵 3종을 출시했다. 게임의 밀리터리 콘셉을 활용한 '프라이스의 초코수류탄: 입대 전에 먹어둘 걸 후회했던 초코맛', '고스트의 매콤감자 탄창: 전역하고 꿈에서 나오는 매운 유격훈련맛' 등 유머러스한 문구로 재미를 줬다. 그라비티 역시 지난 7월 신작 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 출시를 기념해 과자 2종을 콜라보로 내놓기도 했다.

◆게임·애니 교류로 새로운 활력 모색

컴투스는 지난 8월 인기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일본 게임사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의 콜라보를 알렸다. 격투 게임 '고전' 반열에 오른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 캔, 바이슨, 춘리, 달심 등 대표 캐릭터 5종이 서머너즈 워에 소환 가능한 신규 캐릭터로 나왔다. 류의 파동권, 바이슨의 사이코크러셔, 달심의 요가 선버스트 등 캐릭터만큼 유명한 필살기들도 게임에 구현됐다.

해당 업데이트 이후 서머너즈 워는 북미, 유럽, 아시아 주요 지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등에서 매출 순위가 오르며 콜라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컴투스 관계자는 "일일 신규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업데이트 효과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서머너즈 워X스트리트 파이터 콜라보 대표 이미지. (이미지제공=컴투스)
서머너즈 워X스트리트 파이터 콜라보 대표 이미지. (이미지제공=컴투스)

게임빌은 '게임빌프로야구 2020 슈퍼스타즈'에서 일본 게임 '열혈경파 쿠니오군' 시리즈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지난 7월 네오위즈의 모바일 RPG '브라운더스트'와 리듬 게임 '디제이맥스'가 콜라보해 특별 음원·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처럼 같은 회사 게임끼리 홍보를 위해 힘을 합치는 예도 있다.

평소에 게임 IP와 교류가 활발했던 애니메이션 IP도 최근 게임 내에서 여러 모습으로 등장한다.

NHN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9월 11일 추억의 일본 애니메이션 '꾸러기 수비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넷마블은 7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에 일본 개그 애니메이션 '은혼' 캐릭터 10종을 추가했다. 그라비티 자회사 네오싸이언의 퍼즐 게임 '퍼즐앤드래곤'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에반게리온', '샤먼킹', '블리치'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거의 매달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콜라보 진행할 때 게임 밸런스·세계관 파괴하지 말아야

최근 게임사들은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IP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콜라보는 게임의 인기가 잠시 꺾이거나 주춤할 때, 게임 회사가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신규 이용자에게는 호기심을 주기 위해 종종 꺼내들던 카드다. 

업계의 이색 콜라보 흐름은 게임 IP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캐릭터 상품 역시 IP 사업의 핵심 영역인 만큼 이처럼 자체 IP 활용법을 여러 곳에서 만들어두는 것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잦은 콜라보는 게임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갈 수 있다며 역효과 발생에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콜라보를 한다고 무조건 좋은 시너지만 내는 것은 아니다. 한쪽 IP는 알지만 다른 IP는 전혀 모르는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게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게임에서 콜라보를 진행할 때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밸런스나 세계관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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