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9.26 04:00
이 그림은 도가니 조각의 옆구리에 붙어 있는 슬래그를 보여준다. 이란 남부 파르스 지방의 차하크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이것을 분석한 결과, 크롬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크롬은 강철 합금을 만들기 위해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가니 조각의 옆구리에 붙어 있는 슬래그. 분석한 결과 크롬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크롬이 강철 합금을 만들기 위해 최초로 사용된 증거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철은 녹이 생기기 쉽다.

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철에 크롬을 추가해서 합금을 만드는 것이다. 크롬이 약 12%이상 존재하면 공기중에서 10년 이상 사용해도 거의 녹이 생기지 않는다. 크롬이 12% 이상 존재해 내식성을 향상시킨 것을 스테인리스강이라고 한다.

1912년에 영국 셰필드의 브라운 퍼스 연구소에서 일하던 야금학자인 해리 브레리가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강을 개발했다. 그는 크롬 12.8%, 탄소 0.24%을 넣어서 강철 합금을 만들었다.

그런데 셰필드에서 스테인리스 강을 생산하기 1000년 전 페르시아에서 크롬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영국 데이리메일이 보도했다.  

셰필드에서 1913년에 첫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크롬을 의도적으로 첨가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이란에서 크롬을 의도적으로 첨가한 강철이 발견됐다. 대략 비율은 1%정도다. 비록 오늘날보다는 함유량을 낮지만 분명히 크롬을 첨가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연구원들은 크롬강이 만들어진 고고학 현장을 추적했다. 

그들은 한 때 차악이라고 불린 옛 철강 생산지에 주목했다. 연구원들은 파르스 지방의 차악이라는 곳을 찾았다. 

그들은 광석으로부터 금속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에서 여러개의 숯 조각들을 발견했다.

슬래그를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연구원들은 크롬 광석을 확인했다. 연구원들은 금속을 해머 등으로 두드려서 만드는 단조 과정에서 남겨진 강철 입자에 1~2%의 크롬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일부러 크롬을 첨가해 크롬 합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크롬이 부식 방지 층을 형성해 내부를 보호하는 것처럼, 페르시아에서 발견된 크롬강 또한 보호층을 형성했을 것이다. 크롬강을 이용해 우수한 무기나 도구를 만들 수 있다. 

라힐 알리푸르 UCL 박사는 "우리는 철강 생산과정에서 크롬을 고의적으로 첨가했다는 것을 옛 페르시아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페르시아에서 만든 합금은 크롬강이지 스테인리스 강은 아니다. 

영국 스테인리스강협회 대변인은 "11세기 페르시아인들이 사용한 강철은 스테인리스강이 아니다. 스테인리스강은 크롬을 함유한 강철로 정의되지만, 스테인리스가 되려면 최소 10.5%의 크롬 함량을 가져야 한다. 해리 브레리가 1913년 8월 20일 셰필드 시에서 스테인리스강의 첫 주물을 제작했다는 주장은 여전히 확고하다"라고 말했다. 

20세기 초 셰필드의 한 주물공장. 해리 브레리는 12.8%의 크롬을 함유한 강철 합금을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로 알려진 스테인리스 강이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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