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10.03 00:4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모바일 환경에 맞춰 라디오 재해석…25~34세 이용자 확대 목표"

뉴스웍스와 만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와 만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전현건 기자] "라디오가 지구상에서 사라질까요?"

서울 강남구 스푼라디오 본사에서 만난 최혁재(41) 대표는 반문했다. 스푼라디오를 둘러싼 세간의 의심에 대해 물었던 참이었다.

요즘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대세다. 이런 시대에 라디오라니. 스푼라디오의 경쟁력을 두고 물음표가 적잖게 붙는다. 이에 대한 최 대표의 대답은 그저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는다"였다.   

지난 2016년 국내 런칭한 스푼라디오는 실시간 개인방송 플랫폼이다.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영상을 기반으로 한 경쟁자들과 달리 라디오 형식을 취했다. 방송을 진행하는 DJ는 시청자들과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한다. 

서비스 이용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DJ에게 유료 아이템 '스푼'을 선물할 수 있다. 일종의 시청료다.

DJ는 받은 스푼을 환전해 수익을 올린다. 이러한 선물·환전 과정에서 받는 10% 가량의 수수료가 스푼라디오의 주요 수익이다.

스푼라디오에는 '왜 하필 라디오인가'란 질문이 항상 따라다닌다. 이미 한국·일본·미국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매달 300만명이 이용하고, 지난해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약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그렇다. 

스푼라디오라는 서비스를 넘어 '듣는 시장' 전체를 향한 불신이다. 유성(有聲) 영상이 대다수인 요즘, 영상은 음성을 포함한 콘텐츠란 관점도 나온다.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음성 콘텐츠를 영상 콘텐츠와 차별화된 영역으로 봤다. 라디오의 불멸을 굳건히 믿었다.

그는 "오디오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와 짜임새부터 소비층까지 전부 달라요. 영상은 화면을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데, 라디오는 처음부터 듣기만 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합니다. 방송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죠. 멀티태스킹에 특화된 콘텐츠입니다"라며 "오디오 콘텐츠만의 특성과 특징이 있어요. 가령 영상이 매일 먹는 쌀밥이라면, 라디오는 일종의 간식입니다"라고 비유했다. 

인터뷰 중인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인터뷰 중인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라디오는 올드하다?'...Z세대 이용자만 7할

라디오는 아날로그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아이템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돼 TV도 예전의 위상을 잃은 요즘,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든다. 

스푼라디오는 '라디오는 올드하다'란 선입견을 깼다. 이용자의 7할 이상이 18~24세로 구성됐다.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단단히 잡았다. 

그 이유를 최 대표는 "저는 라디오, 흑백 TV부터 현재 스마트폰까지 다 거친 세대입니다. 하지만 Z세대는 달라요. 라디오도 TV도 다 건너뛰고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처음 소비한 세대죠"라며 "이들에게는 모바일 환경에 맞춰 라디오를 재해석한 스푼라디오가 오히려 새로운 미디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라디오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점도 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섰다. 최 대표는 "Z세대는 자기표현을 좋아합니다. 방송을 직접 하거나, 청취자로서 방송에 개입하고 싶어 해요.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겁니다"라며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트위치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에는 없었죠. 스푼라디오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푼라디오
스푼라디오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스푼라디오)

◆"기존 라디오를 대체하겠다"

스푼라디오의 다음 스텝은 '이용자 연령층 확대'다. 25세~34세 사이 이용자들이 목표다. 그 이상 연령대의 고객은 일단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산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란 계산에서다. 최 대표는 "25~34세 고객들은 전문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스푼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맺고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기 위해서 입니다"고 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스푼라디오는 최근 사옥 내 전문 스튜디오를 설치했다. 지난 9월부터는 각 분야 인플루언서들을 대거 영입하고 모닝쇼, 오디오 버라이어티, 뮤직스테이션, 힐링 라디오 등 2030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이를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스푼라디오의 '고유명사화'다. 젊은층에게 OTT 서비스가 통칭 넷플릭스로 불리고 TV를 유튜브가 대체했듯, 라디오 서비스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길 꿈꾼다.

최 대표는 "'엄마·아빠는 라디오를 들었지만 우리는 스푼라디오를 듣는다'는 젊은 이용자들의 생각이 쭉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기존 라디오를 스푼라디오가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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