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9.30 07:45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집콕생활' 불가피…방 한켠 홈 오피스· 지인들과 랜선 술자리 '각광'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1. 지난 2월 말부터 재택근무 중인 A씨(27‧여)는 남는 방 하나를 ‘홈 오피스(home office)’로 꾸몄다. 홈 오피스에는 흰색 원형 탁자와 원목 의자를 둬 카페 분위기를 냈다. 

#2. 직장인 B씨(32‧남)는 퇴근 후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치킨을 구매한 뒤 곧장 집으로 간다. 저녁 8시가 되면 사놓은 음식과 술을 테이블에 차려놓고,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변화한 모습들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현재 우리 모두에게 집콕 생활은 꼭 필요하다.

A씨의 '홈 오피스' 모습. (사진제공=독자)
A씨의 '홈 오피스' 모습. (사진제공=독자)

◆꾸미자, ‘홈 오피스’…업무용 공간 가구 매출 상반기 대비 대폭 상승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A씨처럼 집의 한 공간을 사무실로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홈 오피스’라는 해시태그를 게재한 게시물은 27일 기준 1만1000여 개에 달한다.

‘집을 사무실로 꾸미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A씨는 “오랜 시간 좌식 탁자에 앉아 업무를 보다보니 허리가 빨리 아파왔고 이 때문에 일의 효율성도 떨어져서 사무실을 조성하게 됐다”고 답했다. A씨의 홈 오피스에는 탁자와 의자부터 무드 등,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배치해 카페 분위기를 한껏 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재택근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몸이라도 편하게 집을 사무실로 만들어버리자’는 게 이들의 심리다. 또 집에서 가까운 카페나 빵집에서 업무를 봐도 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보다 강화될 경우엔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업무용 공간에 필요한 책상, 의자 등 가구 판매는 지난 상반기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리바트의 생활가구 브랜드 웨스트엘름과 포터리반의 지난 4~6월 책상·책장·의자·사무용품 등 홈 오피스 관련 상품군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가량 증가했다. 신세계 자회사인 가구업체 까사미아의 올해 상반기 홈 오피스 상품 매출은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또한 한샘 온라인몰의 서재 관련 가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4월 31%, 5월 41%, 6월 52%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2분기 들어 판매량이 급증세를 보였다. 퍼시스그룹 생활가구 브랜드 일룸의 홈 오피스 제품군의 상반기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스타그램에 '랜선술자리'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000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랜선술자리' 해시태그를 게재한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혼술’보다 ‘랜선 술자리’…“같은 술‧안주 놓고 영상 속 친구 만나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집콕의 상징은 ‘혼술(혼자 술 먹기)’이었다. 시끄럽고 복잡한 외부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혼술보다 ‘랜선 술자리’가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탓에 온라인상에서라도 지인들을 만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혼술의 의미는 사라진 셈이다.

랜선 술자리는 다중인원이 참여 가능한 고화질 화상 기능을 제공하는 줌, 구글 듀오, 스카이프, 웹엑스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진행할 수 있다.

B씨는 “원래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서 자주 술자리를 갖곤 했는데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만남을 자제하게 됐다”면서 “혼자 집에서 술 먹는 건 외롭고 쓸쓸해서 랜선 술자리를 주기적으로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친구들과 똑같은 메뉴, 주류를 준비해 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실제로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랜선 술자리 문화를 통해 소매점 매출이 증가했다. 올해 3월 1~24일 CU의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2018년(9.9%), 2019년(12.3%) 상승세보다 훨씬 높다. 특히 와인(39.2%) 판매 상승세가 가장 컸고, 위스키와 양주(26.5%), 막걸리(21.1%), 소주(17.7%), 맥주(10.4%)가 그 뒤를 이었다.

홈술 관련 용품 판매량도 늘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트렌드라이프 쇼핑사이트 G9가 지난 1월~8월 12일까지 홈술 관련 용품 판매량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2배 이상(169%) 증가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술잔 판매량이 167% 증가했다. 맥주잔은 30%, 소주잔은 33% 신장했다. 또 거실이나 베란다 등에서 홈술을 즐기기에 좋은 티테이블 판매량은 97% 늘었고, 와인랙, 와인스토퍼 등이 포함된 와인용품은 121%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술을 통해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막상 외부 환경에 의해 혼자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오히려 사회생활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혼자 인듯하지만 완벽하게 혼자는 아니고 자신의 생활을 침해 받지 않는 랜선 술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간의 긴 추석이 시작됐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국민 모두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이어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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