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02 17:05

운전·산책·달리기·피트니스하면서 정보 얻는데다 피로도 덜해…확실한 수익원 확보 부족 '숙제'

팟캐스트 전용 마이크로폰. (사진=pixabay)

[뉴스웍스=전현건·전다윗 기자]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등 보는 것에 중점을 둔 동영상 콘텐츠 전성시대 속에서도 '듣는' 시장이 그 틈새를 비집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한 동영상 시장의 강세속에 팟캐스트의 시대는 점점 저물어간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전통적인 팟캐스트 시장부터 다양한 오디오 플랫폼이 나오면서 최근 몇년 동안 '오디오 시장'은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초기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시사·정치 분야 등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했으나 최근엔 오디오 북부터 교육, 예능, 음악, 명상, 그리고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ASMR이란 청각을 중심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이다.  

아울러 기존 오디오에 익숙한 옛 40~50세대부터 MZ세대(1980~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속 성장하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네이버도 뛰어들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동영상 콘텐츠가 시장을 꽉 움켜잡고 있지만 오디오 콘텐츠 이용량 역시 크게 늘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을 기준으로 7주 뒤 팟빵 주 단위 청취시간은 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팟빵은 김어준 등이 진행한 시사·정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2012년에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2012년 20만회였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누적 420만회까지 늘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오디오클립을 통해 오디오북, 오디오 클립(팟캐스트)을 제공했고 국내 최초로 오디오 영화를 선보였다. 또한 9월 1일부턴 비대면 어학 콘텐츠까지 출시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도 코로나 19 이후 콘텐츠 이용자가 증가했다.

네이버에 따르면지난 3월 오디오 클립을 찾은 사용자는 1월 대비 72% 증가했고, 재생수는 38% 증가했다. 오디오 클립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 거래액도 지난 2월 대비 3월 기준 16% 상승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를 시작하면서 오디오클립 베타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음성 기반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이에 필요한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뉴미디어 예능 콘텐츠 제작사 모모콘에 14억원을 투자하며 새로운 콘텐츠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오디오 콘텐츠, 멀티태스킹 '장점'…특히 Z세대에게 큰 강점 

오디오 콘텐츠의 이런 성장 배경에는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에 비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수 있다.

화면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동영상에 비해 오디오는 운전·산책·달리기·피트니스 등 일상활동을 하면서도 귀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피로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에서 오디오북·팟캐스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7%가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는 녹음된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고 오디오 라이브 방송도 들을 수도 있다"면서 "미리 다운로드해 인터넷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멀티태스킹에 능한 젊은 이용자에게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1995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모바일 콘텐트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디지털에 가장 친숙한 세대로 분류된다. 이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능숙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 중 계속 해서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콘텐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Z세대를 가리켜 "서로 다른 과제 사이를 전환하며 동시에 광범위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묘사했다. 

오디오 방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스푼라디오를 이용하는 10대들은 앱을 켜놓고 다른 SNS를 하다가 스푼라디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채팅에 참여하는 식으로 멀티태스킹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치와 결합 가능…AI 등으로 저렴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 

오디오 콘텐츠는 다양한 장치와 결합할 수 있어, 향후 시장 확대 기대감이 높다. 특히 AI(인공지능) 스피거나 커넥티드카 확산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카카오 등이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AI 서비스가 보편화될 경우 특화된 오디오 관련 시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AI의 딥러닝과 통계적 기법에 기반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스피치 전환(Text-to-Speech) 기술, 사람의 감정을 음성 합성 시 사용하는 기술 등의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오디오 콘텐츠와의 접목을 앞두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 팟빵은 국내 모든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제휴해 콘텐츠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팟빵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800만대나 보급된 것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디오 콘텐츠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핵심 자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가 집중하고 있는 AI 음성합성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언어 및 음성 샘플이 필요한데 이를 오디오 콘텐츠로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이끄는 이인희 책임리더는 "오디오 콘텐츠는 커넥티드 카, AI스피커 등 미래 플랫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콘텐츠 활용도도 높아 성장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오디오 시장은 아직 비디오 시장에 비해 관련 콘텐츠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최근 드라마, 코미디, 추리 등 플랫폼 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그 영역이 커지고 있다"며 "AI 스피커처럼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신생 플랫폼 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AI 기술 발전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텍스트 감정 분석과 음성 합성을 이용한 오디오북 서비스' 논문에 따르면 최근 음성합성 분야는 사람에게 보다 친화적인 음성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연스러운 음성, 감정이 반영된 음성을 합성하는 것이 주된 이슈다. 

논문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더빙이나 녹음을 하지 않고도, 인공지능만으로 유명 연예인 목소리에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유인나 씨 목소리만 이용하는 '유인나의 오디오북'에 감정 표현이 더해져 보다 친근한 오디오 콘텐츠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다양한 형식의 광고가 붙는 기존 동영상 기반 서비스에 비해 오디오 서비스 특성상 확실한 수익원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영상 플랫폼에 비해 오디오 플랫폼을 활용하는 유저 수가 적은 점도 고민할 부분이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 미래 맑음…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4조 달러 넘길 것으로 예측

해외 오디오 콘텐츠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는 북미의 경우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 

오디오 콘텐츠 업계에선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수는 2018년 월간 7300만명에서 2022년이면 월간 1억32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 1조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은 2018년 오디오 콘텐츠 판매량을 6억 6000만 파운드(한화로 9892억 800만 원)로 집계했다. 2017년보다 약 43% 늘어난 규모다.

시장조사기업 딜로이트는 2020년 글로벌 오디오북 판매량이 35억 달러(4조 1076억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은 4조원 규모로 전체 출판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미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구글·아마존·애플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수천억원을 들여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 김릿미디어와 전세계 팟캐스트 유통의 40%를 담당하는 앵커를 인수했다. 기성 언론사인 '뉴욕 타임스'도 최근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를 하는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 오덤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에서는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라디오'가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푼라디오는 영상 없이 목소리만으로 손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어 매일 10만개의 콘텐츠가 생성된다. 

스푼 라디오를 운영하는 회사 마이쿤은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약 680억원의 투자를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 3000억 원의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스푼라디오는 글로벌 2300만 누적 다운로드 수를 돌파하며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6년도에 출시된 스푼라디오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목표는 북미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말 진출한 미국에서도 반년 만에 월 사용자 30 만명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스푼라디오는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화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스푼라디오의 현지 서비스 담당자로 그 지역 사람이나 현지에서 학교를 나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을 채용하고 있다. 

실제 미국 진출을 위해 월트디즈니, 야후, 디스커버리에서 다양한 콘텐츠 사업개발 경험을 쌓은 페르난도 피자로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5월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며 "당분간 미국 투자를 포함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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