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9.29 16:35

구글 "네이버·카카오도 구글플레이로 글로벌 진출"…1150억 지원책 발표
국내 업계 "앱 생태계 파괴행위…수수료 인상 부담 결국 소비자에 갈 것"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구글이 앱 마켓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앱 내 결제) 수수료 30% 정책 확대를 강행한다.

구글 측은 2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플레이에서 디지털 재화를 제공하는 앱은 모두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구글이 인앱결제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는 30%다.

이번 정책 확대는 그동안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다른 생태계로 넓히려는 시도다. 네이버웹툰을 보는데 쓰이는 '쿠키' 같은 디지털 재화를 쓰는 앱들은 모두 이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된다.

새 수수료 정책은 기존 앱에는 2021년 9월 30일 이후부터, 신규 앱에는 당장 내년 1월 20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구글 "실제 영향받는 개발사 적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이날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구글플레이는 인앱결제 관련 정책을 꾸준히 고수해왔다"며 "이번 정책 확대로 실제 영향을 받는 한국 개발사는 적다"고 설명했다. 

구글 측은 한국 개발사의 98%, 앱으로만 따지면 99%가 이번 정책 확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마켓컬리, 쿠팡, 카카오T라든지 실물 상품 결제에는 이번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

코치카 총괄은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은 사실 한국 개발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있다"며 "구글플레이는 이용자에는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사에는 강력한 툴로 앱과 콘텐츠를 개발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 네이버의 일본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도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 없이는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치카 총괄은 수학학습 앱 '토도수학', OTT 플랫폼 '왓챠', 영어학습 앱 '캐치잇 잉글리시' 등도 구글플레이 생태계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둔 앱들의 예시로 꼽았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이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수수료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인앱결제에 반발해온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한 '당근'도 준비했다. 코치카 총괄은 "1억 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해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조성하겠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한 개발자를 치하하고 성공 개발자 사례를 공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수수료로 모은) 자금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 콘텐츠 앱 이용자들에게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쓰겠다"며 "웹툰, 웹소설, 음악 관련 앱 개발자들의 교육, 마케팅, 해외 진출 등에도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난색…홍정민 의원 "앱 생태계 파괴 행위"

구글의 이러한 여러가지 설명과 지원책에도 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4%다. 애플 앱스토어 25%,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10%에 비하면 압도적인 몸집이다. 애플 앱스토어 역시 인앱결제 수수료로 30%를 받고 있지만 유독 구글의 이번 조치가 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다.

구글의 수수료 확대 움직임에 앞서 지난 8월 24일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행정처분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인기협은 "구글의 정책변경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이러한 구글의 행위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구글이 앱들을 통해 확보한 지위로 앱 개발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정책변경을 계획한다"며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모바일 콘텐츠 이용요금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앱 생태계 자체가 구글에 종속되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국내 콘텐츠 앱들은 애플 앱스토어 내 인앱결제 시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나 자체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때 보다 비싼 이용료를 받기도 한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구글 발표에 대응해 "구글이 인앱결제로 판매료의 30% 수수료를 받는 것은 시장 지배자로서 위치를 남용하는 것이다"며 "이는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수준으로 소비자 피해는 물론 앱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번 인앱결제 이슈와 관련해 여야가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과방위 차원 결의안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결의안에는 구글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 의원 측은 현재 과방위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상업법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병합 처리할 것을 상임위 위원들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7일 과방위 국정감사에는 현재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다만 구글이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직원들의 대외활동을 자제시킨 바 있어 낸시 대표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자리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증인들은 국감 전에 미리 사유서를 내면 국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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