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10.05 14:19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5일간의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났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고향 가기 자제를 호소한 덕분인지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특별대책기간 동안 일평균 이동인원은 작년 추석연휴 대비 19.3% 감소했다. 총 이동 인원은 3116만명으로 3.1% 줄었으며 일단 감염대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잠복기가 남은 데다 10월 9일 한글날 연휴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연휴에도 정부가 이동 자제를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이상 국민들이 그전처럼 귀담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추석에 고향 가기를 포기한 국민들의 귀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 차 미국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사생활인 만큼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다면 비판받아야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장관 본인도 아니고 남편의 일이다.

문제는 외교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국민들의 해외여행 자제를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는 점이다.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버젓이 이런 권고를 어겼다.

국민들은 황당했다. 기껏 추석 연휴동안 고향에 가지 않고 전화로 안부전화하면서 명절을 보냈는데 누구보다도 정부 지침에 따랐어야할 고위공직자의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난데 대해 허탈감을 느꼈다. 그냥 고향에 갈 걸 그랬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대다수 국민들은 코로나19로 먹고살기가 너무 힘든 지경인데 이일병 명예교수는 평소보다 껑충 뛰어오른 비행기표를 끊고 미국으로 놀러갈 여유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강경화 장관은 지난 4일 “국민들이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정치권도 비판의 소리를 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고 언급했으며 김태년 원내대표도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무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 재확산 방지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가족과의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고 성묘마저 하지 못한 국민들은 추석 연휴 들려온 소식에 또다시 허탈감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며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들이 우습지 않다면 강 장관과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언행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방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른바 K-방역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코로나 상황이 반년이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버티는 국민들을 봐서라도 '구국의 강철대오'를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방역은 사소한 것에서 무너진다.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 서로 못 만나는 이유를 이렇게 대곤 한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꼭 지금이어야만 했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잣대는 일관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리저리 휘어진 잣대에 분노한다. 잣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무너진 듯한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이제 무슨 염치로 10월 9일 연휴 이동 자제를 요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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