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05 17:23

"역겹다", "시집가서 너같은 X 낳아" 폭언…가해자들, 벌금형에 항소

우울증 관련 사진. (사진=픽사베이,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우울증 관련 사진. (사진=픽사베이,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가해 학부모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 교사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동학대 누명 쓰고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5일 게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사망한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아이 학대를 주장하는 학부모 B씨(37)와 조부모 C씨(60)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뒤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청원인은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폭언 등으로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가해자들은 징역형이 아닌 각각 2000만원의 벌금을 받았지만 항고했고 유가족에게 사과를 단 한 번도 안했다. 유가족들은 어떠한 보상도 원하지 않고 처벌만 원했을 뿐이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사건이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 누나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 사망하기 전까지 B씨와 C씨의 반성 없는 태도와 끊임없는 괴롭힘에 억울하게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와 C씨는 2018년경 저희 누나가 일하는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학부모 B씨의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연락을 했다"며 "CCTV를 함께 보며 아동 학대 의심 장면을 찾아봤으나 어디에도 아동 학대 의심 정황은 없었고 오히려 아이가 교사를 때리는 장면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B씨와 C씨는 아동학대로 저희 누나를 신고했고 어린이집에 찾아와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저희 누나를 폭행하고 모욕했다"며 "누나는 법적 조치를 취했고, 아동 학대 혐의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 일로 인해 저희 누나는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수치심과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아동학대 누명' 어린이집 교사 관련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A씨의 무혐의 판결 이후에도 B씨와 C씨의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와 C씨는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어린이집 안팎에서 저희 누나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재원생의 학부모, 어린이집이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민과 인근 병원관계자들에게 선생님과 어린이집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이야기했고, 누나가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시청에 매주 민원을 제기해 어린이집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보육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성토했다.

청원인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소와 진정 사건이 진행되면서 저희 누나의 숨통을 죄어왔었고, 당연히 누나는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잠을 잤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날도 많았다"며 "B씨와 C씨는 저희 누나나 가족들, 심지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형사조정기간에도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그깟 벌금과 약식기소'라고 생각하며 사법기관의 처벌도 비웃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깟 벌금형만 받게 됐다"고 부연했다.

청원인은 "국민여러분들꼐 간절히 호소한다"며 "억울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저희 누나를 위해 학부모 B씨와 조부모 C씨에게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와 같은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청원에 동의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하며 글을 마쳤다.

5일 오후 5시 기준 해당 청원은 2만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B씨 등에게 업무방해·폭력혐의 등 처벌에 관환 법률위반·모욕 혐의로 벌금 100만~200만원의 약식처분만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사건은 대전지법으로 넘어가게 됐다.

당시 심리를 맡은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징역형으로 엄중하게 처벌하는 게 마땅해 보이지만 검찰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벌금형)보다 더 큰 형 종류로 변경할 수 없다"며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와 C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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