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06 11:50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채팅 내용.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협조해 가해자 3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 서비스다. 이번에 검거된 가해자들은 모두 10대~20대 초반의 남학생들로,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 10대 아동·청소년들을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은 게임·채팅앱·SNS 등 온라인 공간이 가진 익명성을 이용해 접근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면서 교묘하게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자행했다.

배우가 꿈인 강모양(19)에겐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제안하며 접근한 뒤 이후 사진을 유포한다며 협박·성폭행을 했고,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 혼자 게임하는 시간이 많았던 이모양(11)에겐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며, 초등학생 박모양(13)에겐 "야한 놀이를 하자"며 접근해 노출 사진 및 영상물 등을 요구했다.

시는 이번 사건들에 대해 '온라인 그루밍' 방식으로 범죄양상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유인해 사례금을 주며 성 착취물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코로나19 이후엔 온라인 접속 시간이 많은 아동·청소년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고 사진과 영상물을 착취하는 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채팅 내용. (사진제공=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채팅 내용. (사진제공=서울시)

시는 이번에 검거된 3건이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를 통한 첫 검거 사례이며, 시가 경찰과 공조해 수사를 적극 지원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들도 모두 10~20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연령도 매우 낮아지고 있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지원한 상담실적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피해 지원 초기(2019.10.~2020.3.)엔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총 10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3.5% 수준이었으나 3월 중순 이후에는 총 21명(24.1%)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또한 74건에서 30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지원을 요청한 13세 미만 아동 피해자는 n번방 사건 이전에는 없었으나, n번방 사건 이후엔 온라인 그루밍·불법촬영 등 피해 지원 건수가 104건(중복)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련 사회적 인식이 확대돼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 하고 집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나 법률 지원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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