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10.07 07:35

'제3국행' 관측 달리 지난해 7월 대한민국 품으로... 2011년 김정은 집권이후 첫 북한 재외공관장 탈북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오른쪽 세 번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한 뒤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MBC방송 캡처)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오른쪽 세 번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한 뒤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MBC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한 뒤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를 추방하면서 대사직을 대리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 비서 이후에 북한 대사급 인사로는 처음 있는 망명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6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들어왔다. 본인이 요청해 우리가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7월 입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알렸다. 

정보당국은 이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이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본인이 강력하게 비공개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이 같은 행적은 지난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 20여 년 만의 대사급 인사의 탈북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난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처음 있는 북한 재외공관장의 탈북이기도 하다. 그간 제3국행으로만 알려졌던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확인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실무 외교관은 남한행은 간간이 있었지만, 북한 대사급 인사가 들어온 건 조 전 대사가 처음이다.

앞서 고영환(1991년, 콩고대사관 1등서기관), 현성일(1996년, 잠비아대사관 3등서기관), 태영호(2016년, 영국대사관 공사) 등의 북한 외교관이 망명을 택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당국에 촉구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이 통제하는 대중국 외교와 달리 대이탈리아 외교는 외교관들의 역할이 중요해 북한 외무성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만 파견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한 조 전 대사는 유엔 제재로 문정남 주이탈리아 대사가 추방당한 뒤 대사대리를 맡을 정도로 실무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 전 대사의 탈북이 이목을 끌고있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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