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0.10.07 15:40

출산 여부 결정 가능 기간 최대 24주…서지현 검사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 입증 가능성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

9월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낙태죄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트위터)
9월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낙태죄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트위터)

[뉴스웍스=김남희·이숙영 기자]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올해 12월 31일까지 형법상 낙태죄를 개선하라고 주문한 데에 따른 조치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보면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 및 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하고, 이를 다시 14주와 24주로 구분해 허용요건을 차등 규정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절차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장애나 질환, 강간에 의한 임신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의 낙태 허용 사유와 더불어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어야만 낙태가 가능하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사회적·경제적 사유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낙태죄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는 헌재의 판결로 인해 새롭게 추가됐다. 

한편 임신 24주 이내에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해 낙태를 하는 경우엔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낙태죄 관련 규정은 처벌조항과 처벌 제외 요건이 각각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나눠 명시한 현행 법과는 달리 모자보건법의 내용을 형법에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으로 편입해 처벌과 허용규정을 형법으로 일원화한다. 

또한 미성년자는 부재, 학대 등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보호자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낙태를 금지했던 이전과 달리 이런 경우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낙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오던 여성 단체와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계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9월 광화문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여성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법 개정 후에도 형법상 낙태죄가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영 모낙폐 위원장은 "처벌 조항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안전한 임신 중지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건"이라며 "낙태죄는 전면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 생각한다"며 입법 예고를 공개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관계자는 6일 "임신 몇 주는 낙태를 허용하고 몇 주는 허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수정 순간부터 태아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낙태 반대 여성 단체 송혜정 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는 "14주 낙태는 전면 낙태 허용과 다름없다고 본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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