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0.07 16:35
올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매물로 기록된 '한남더힐' 내부 단지 (사진=국토교통부)
한남더힐 내부 전경. (사진=국토교통부)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서 투기과열지구 내 다주택자의 고가주택 매입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산 5만9591명 중 8877명(!5%)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 없이 집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약 60만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금융기관 등의 도움 없이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 유형의 주택구매자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명, 2020년 8월 기준 310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내돈내산 사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집을 구입한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구입비용 161억2731만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을 130억원에 구입한 1977년생 A씨도, 2018년 용산구 한남동의 한 주택을 110억원에 구입한 1972년생 B씨도, 2019년 성북구 성북동에서 한 주택을 96억6800만원에 구입한 1983년생 C씨도 주택구입비용 전액을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두 금융기관에 예치되어 있는 예금으로 조달했다.

소병훈 의원 조사 결과 이들처럼 주식이나 채권, 상속이나 증여, 부동산 처분대금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 또는 현금 등 기타자금을 비롯한 현금성 자산만으로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1055명에 달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주택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더힐로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의 주택을 대출도, 증여도,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처분도 없이 오직 예금과 현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각각 14명),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3명), 강남구 역삼동 옥산하우스(12명),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각각 10명) 등 이른바 강남4구에서 예금이나 현금 등 현금성자산만을 활용해 집을 산 사람들이 집중돼 있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248명), 서초구(184명), 송파구(105명) 등 강남 3구와 용산구(123명)에서 집을 산 사람들이 6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주택구매자가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주택구매자가 293명, 40대 주택구매자가 216명, 30대 주택구매자가 87명, 20대 주택구매자는 27명 순이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만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린 주택구매자는 2019년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분양권을 오직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 17억2430만원으로 구입한 2000년생 D씨였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월 기준 8억5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서 소수의 현금부자, 금수저 청년, 다주택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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