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자"던 구글, 수수료 30% 적용 확대…이젠 '공공의 적'
"사악해지지 말자"던 구글, 수수료 30% 적용 확대…이젠 '공공의 적'
  • 장대청 기자
  • 승인 2020.10.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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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음악 등 콘텐츠 앱 가장 큰 타격…전 세계 '반 구글' 연대 확산
구글이 앱마켓 수수료 정책 확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구글 홈페이지)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한때 글로벌 IT 기업 구글의 모토로 알려졌던 문구다. 하지만 구글은 얼마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앱 생태계 '공공의적'으로 올라섰다.

앱마켓 구글플레이 내 앱들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구글의 정책 확대 때문이다. 인앱 결제는 구글 같은 앱 마켓 사업자들이 소비자가 다운받은 앱의 유료 콘텐츠를 살 때 앱 내에서 콘텐츠를 사게 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 정책이 몰고 올 파급력은 크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생태계 내 콘텐츠 사업자 대부분은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영향권 안에 든다.

특히 웹툰, 음악 등 콘텐츠 앱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사업자들은 결제 수수료 30%의 부담을 오롯이 혼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들이 부담을 나누려는 대상은 소비자들이다. 수수료 정책 적용 이후에는 결국 콘텐츠값이 비싸질 확률이 높다.

이에 업계는 물론 학계, 정치권 모두 들고 일어섰다. 미국, 인도 등 글로벌 지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구글에 맞서는 '반구글' 연대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구글 "모든 앱에 인앱 결제 강제"

구글은 지난 9월 2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플레이에서 디지털 재화를 제공하는 앱은 내년부터 모두 인앱 결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새 결제 정책 약관은 ▲구글 플레이에서 앱과 다운로드 항목에 요금을 청구하려는 개발자는 결제 수단으로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써야 한다 ▲앱 기능, 디지털 콘텐츠 또는 상품 등의 기능, 서비스 이용에 결제를 요구하거나 수락하는 경우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서는 안되는 앱 이외의 앱은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 외 결제 수단으로 사용자를 유도할 수 없다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제 정책은 국내에서 신규 앱에는 2021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에는 9월 20일부터 적용된다.

아이템, 정기 결제 서비스, 앱 기능과 콘텐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이 인앱 결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대상이다. 포함되지 않는 것은 식료품, 의류 등 실제 상품, 실제 서비스 구매, 고지서 관련 송금 등이다.

이를테면 네이버웹툰, 왓챠, 멜론 등은 영향권이다. 반면 쿠팡, 마켓컬리, 카카오T 등은 아니다. 게임 앱들은 이미 30%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구글 측은 블로그 글에서 "이 정책은 공정하다"며 "이는 지속적인 플랫폼 투자를 가능케 하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구글플레이와 개발자의 동반성장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앱마켓 사업자 애플은 애플앱스토어에서 이미 모든 앱의 인앱 결제 의무화와 30%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구글플레이가 앱을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는 세계 점유율이 73%에 달한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 3분기 앱 마켓 매출은 애플이 190억달러인데 비해 구글은 103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구글이 해당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구글플레이는 인앱 결제 관련 정책을 꾸준히 고수해왔다"며 "정책 확대로 실제 영향을 받는 한국 개발사는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 콘텐츠 앱 이용자들에게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할인 혜택을 주는 데 쓰겠다"며 "웹툰, 웹소설, 음악 관련 앱 개발자들의 교육, 마케팅, 해외 진출 등에도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앱 개발자를 위한 1억 달러 규모 지원책 '크리에이트'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이 지난달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간담회 갈무리)

◆시장 독과점한 구글…"앱 생태계 구글에 종속될 수도"

구글의 이번 조치가 유독 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구글플레이가 지닌 파급력에 있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4%다. 애플앱스토어 24.4%, 원스토어 11.2%에 비해 몸집이 크다. 구글은 그간 앱 개발자들이 적은 부담으로도 자유롭게 소비자와 이어질 고리를 만들어주는 생태계를 제공하며 이렇게 단단한 시장 점유율을 구축했다.

업계는 구글이 이런 독과점을 바탕으로 '갑질'을 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신고서를 제출하며 "구글이 앱들을 통해 확보한 지위로 앱 개발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정책변경을 계획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정책은 당장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가한다. 실제 현재 인앱 결제 30% 수수료를 받는 애플앱스토어는 콘텐츠값이 더 비싸다.

네이버의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를 이용할 때 쓰는 '쿠키' 1개 이용료는 현재 구글플레이 앱에서는 100원, 애플앱스토어 앱에서는 120원이다. 카카오페이지의 1000캐시도 구글 1000원, 애플 1200원으로 차이가 난다. 멜론 무제한 듣기는 구글 월 1만1400원, 애플 월 1만5000원이다.

인기협은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모바일 콘텐츠 이용요금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앱 생태계 자체가 구글에 종속되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구글 때리기'에 동참

정치권도 나섰다. 구글 통행세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콘텐츠 사업자들의 방패막이가 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과 함께 구글과 협상에서 유리한 측면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스타트업 같은 취약한 앱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을 최우선으로 통과 시켜 인앱 결제 규제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글로벌 사업자 인앱결제 금지 부문을 위해 국정감사 기간이라도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자고 여야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방위는 조승래 의원,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 한준호 의원, 홍정민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참여하는 실무 TF팀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사는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국감에 불참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등과 관련해 8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협의를 마치면 언제라도 실제로 부를 수 있는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전했다. 여야가 해당 문제에서는 이견 없이 뭉치는 모양새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부터 콘텐츠 사업자 대상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7일 국감장에서 "불공정한 것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최대한 참여해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8일 국감장에서 "해외 대응 추이를 살피면서 정부 부처가 협의할 구조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의무화의 법 위반 여부 조사를 시작한다고 8일 발표했다.

7일,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기영(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 방송 갈무리)

◆전 세계서 '반구글' 움직임

구글의 이번 정책 확대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해외에서는 발 빠른 움직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는 6일(현지시간) 449쪽 분량의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글 인앱 결제 관련해서는 "인앱 결제 강제화로 인한 수수료 30%는 개발자의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키운다"고 명시됐다. 이어 공정한 경쟁 회복을 위해 구조적 분할과 독점금지법 개혁을 권고한다.

인도에서는 더 명확한 움직임을 통해 성과를 얻어냈다. 세계 2위 수준 인터넷 시장을 가진 인도는 스타트업 150개 이상이 연합해 항의하며 구글 인앱 결제 도입을 미뤘다. 원래 인앱 결제 전면 확대는 내년 10월쯤으로 예고됐으나 인도에서는 이 조치가 2022년 4월부터 적용된다. 구글플레이 마켓 규모로만 따지면 한국은 인도보다도 매출이 크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플레이 통행세 논란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의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자체 결제시스템을 사용해 앱마켓에서 퇴출당한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8일 발간한 구글 인앱 결제 관련 보고서에서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방법 강제와 이에 따른 30% 수수료 적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애플과 구글을 대상으로 인앱 결제 방식 강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며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각국 콘텐츠 사업자와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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