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0.08 18:35

트럼프, 대선 불복 나선다면 증시 막대한 피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br>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증권가와 주요 외신들은 3주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11월 3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세하다고 점치고 있다. 증권사 보고서와 외신들의 여론조사에선 미국인 표심이 바이든 후보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전처럼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65세 이상 고령층 몰표 받을듯…트럼프, 4년 전처럼 ‘막판 뒤집기’ 가능?

7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65세 이상 유권자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 보다 27%포인트 높은 62%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보다 7%포인트 차이로 앞섰었다. 

악시오스는 "미국에서 지지율 격차가 이 정도까지 벌어지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트럼프는 물론 공화당 우위 구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전체 유권자 중 고령층 비율은 25% 정도"라며 "이 유권자층에서 15%포인트 이상 잃게 되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긴 힘들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지난 4일 성인 12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65세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 21%포인트 앞선 60%의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우위는 지속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로이터 조사에서 12%포인트, 폭스뉴스에서 10%포인트, 이코노미스트에서 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인 여론조사 기관으로 알려진 라스무센에서도 바이든이 12%포인트 우위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처럼 막판 뒤집기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2016년 힐러리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보다 2~6%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당시 주요 매체들은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대선 결과 힐러리 후보는 일반투표에서 300만표를 더 얻었지만,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처럼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번 대선에서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글로벌 외환시장, 바이든에 베팅…바이든, 미·중 갈등 완화 기대

글로벌 외환시장의 흐름이 바이든 후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의 흐름은 바이든 후보 당선에 베팅하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 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 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미·중 갈등 완화 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이 정권을 잡아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중 압박 전술을 추진해왔지만, 바이든 후보는 자국 우선주의보다 다자 협의 틀에서 중국 문제를 풀어갈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기대감이 역외 위안화 가치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발표 이후 달러화 지수는 5일 종가 기준 93.5로 지난 1일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역외 위안화 가치는 같은 기간 0.44% 절상됐다"며 "유로화 가치가 0.3%에 절상된 것에 비교해도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는 것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세율 15%의 기업 최저세금 신설 ▲최고 법인세율 28%로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 조세 공약을 내놨다. 증세는 기업 이윤과 가계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므로 증시에는 부정적이다. 증세로 인해 대형 IT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게 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져 증시 주도주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 공약 중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증세 부문"이라며 "그러나 추가 경기부양책이 절실한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됐어도 단기간에 증세가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이어 "증세 시점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부시 전 대통령, 재선 판결 나올 때까지 6주간 S&P500 12% 폭락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대해 '불복'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에 대해 여러 차례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편 투표 도입으로 2020년은 역사상 가장 오류가 있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지난달 24일에는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질 경우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일이 생길 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현실화될 경우 증시에 막대한 피해가 될 수 있다. 조지 W(아들)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 미 대법원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판결을 결정할 때까지 미 금융시장은 혼란이었다. S&P500 지수는 6주간 무려 12%나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시 바이든 후보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발에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자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한 배경이기도 하다. 배럿 판사는 보수색이 짙은 인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 배럿 판사를 대법관에 승인한다면 보수와 진보성향 대법관 구성이 6대 3으로 바뀌게 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