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0.12 15:06

"영미법계·대륙법계 처벌방식 혼용하면 '세계 최고 기업 과잉처벌 국가' 될 것"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집단소송 및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될 경우 30대그룹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전경련은 정부 입법 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30대그룹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징벌적손해배상 8.3조원, 집단소송 1.7조원)까지 추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65조원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경련은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지만,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증권집단소송에서는 남소 방지를 위해 3년간 3건 이상 관여 경력 제한규정을 두고 있는데, 정부의 집단소송법 입법예고안은 이 제한규정을 삭제했다.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을 남발한 여지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집단소송 참가비용이 낮고 패소로 인한 부담도 적은 것도 남소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징벌적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액보다 최대 5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G5 국가 집단소송, 징벌적손해배상 도입 현황 비교. (자료제공=전경련)
G5 국가 집단소송 및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도입 현황 비교. (자료제공=전경련)

법체계적으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처벌방식이 혼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미국, 영국과 같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민사적 구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징금, 과태료와 같은 행정처벌이나 형사처벌은 적은 반면, 집단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로 구제를 한다. 영국은 남소를 우려해 위해 공정거래 분야만 집단소송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행정처벌과 형사처벌이 중심이기 때문에 집단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없다.

만일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가 영미법 제도인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을 도입한다면 유례가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과잉처벌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제도실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부 입법 예고안처럼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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