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12 16:33

김종석 청장 "50% 미만 정확도 예보한다는 의식 팽배해지면 재난 신뢰 깨질 수 있어 비공개"

김종석 기상청장이 12일 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진공동취재단)
김종석 기상청장이 12일 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상청에 대한 '맹폭'이 쏟아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상청이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예보했지만 오히려 역대급 장마가 쏟아졌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며 기상청장이 거취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예보 적중률이 낮은 기상청을 조롱하는 '오보청', '구라청'과 이른바 '기상 망명족'이 언급되기도 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이날 기상청 국감에서 '기상 망명족'을 직접 언급하며 다양한 위험기상에 대응하는 예보 체계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여름철 장기 예보와 일부 지역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예측이 국민의 기대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한 '여름철(6~8월) 기상 전망'에서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며 특히 7~8월 사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는 폭염 대신 중부와 제주에서 각각 54일, 49일에 이르는 역대급 장마가 찾아오며 전국적으로 막심한 수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기후예측 모델을 인공지능과 접목해 개선하고 산하기관별 전문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겠다. 집중관측을 확대하고 관측자료를 수치모델 입력자료로 활용해 예측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시공간 통합수치모델을 개발하겠다"며 "국지적인 위험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관측망 해상도 개선과 위험기상 집중관측을 추진하고 1㎞ 수준의 고해상도 예측자료 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에도 착수하겠다"고 예보정확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올여름 기록적인 장마로 인해 국민 재산과 생명에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사과도 뒤이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상청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청장이 스스로 언급한 '기상 망명족'을 지적하며 "매년 국감에서 예보적중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기상청이 공개하는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기상청은 그간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기준인 강수유무정확도(ACC)로 92.7%의 예보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강수유무적중률(TS) 기준으로는 4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지난 2017년 감사원이 이를 지적하자 TS 기준 정확도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TS 기준 등으로 기상청이 50% 미만의 정확도 예보를 하고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재난에 관한 신뢰가 깨질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TS도 일부 공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구라청·오보청이라는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느냐"고 물으며 "기상청 체육대회를 매년 하는가. 1994년 기상청 체육대회 때 비가 왔다.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 의원의 발언에 타 의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상청 국감을 준비하면서 자괴감과 참담함이 들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기상청 국감에서 나온 모든 것들이 오늘 또다시 나왔다. 도대체 기상청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러니 기상청과 관련해서 '없애라', '못 맞춘다', '필요 없다', '오보청·구라청이다', '낭비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기상청에 변화와 혁신, 개혁을 바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기상청 국민만족도·평가는 매년 최하위인데 국정감사를 하면 뭘 하나"라며 "기상청장께서는 거취를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심사 때 이를 기상청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진 맹공에 김 청장은 올여름 예보가 크게 빗나간 것에 대해 연신 사과했다. 아울러 그는 "기상 예측에 있어 아직 극복해야 할 과학적·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기상청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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