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0.13 13:50

"채무비율 1%p 오를 때 신용등급 0.03단계 하락…스페인·아일랜드 사례 참고해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br>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가채무비율이 2년 전에 비해 약 8%p 상승한 가운데 국가채무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빠르게 증가한다면 2045년 국가신용등급이 지금보다 2단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p 높아질 때마다 국가신용등급이 0.03단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잠재적 마지노선인 40%를 돌파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8년까지 GDP대비 36% 수준을 유지하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로 상승했으며,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면서 43.9%까지 올랐다.

정부는 2045년 국가채무비율을 최대 99.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38.1%보다 61.5%p 높은 수치다. 이 시나리오대로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간다면 국가신용등급의 2단계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가채무비율 추이 및 전망치. (자료제공=한경연)
국가채무비율 추이 및 전망치. (자료제공=한경연)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국가채무의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부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다가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위기상황일수록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부분에 지출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스페인은 성장률 저하 및 실업률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투자확대, 주택구매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재정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적자만 누적되면서 2008년 GDP대비 39.4%에 불과했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2년 85.7%로 4년 만에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BBB-로 9단계나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2007년 국가신용등급이 최상위권(AAA)에 속해있던 아일랜드는 2008년 들어 부실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2010년 한해에만 GDP대비 29.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국가채무비율은 2007년 23.9%에서 2011년 111.1%로 4년간 4.6배 급증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은 2009년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하향해 2011년에는 최고등급 대비 총 7단계 떨어진 BBB+를 기록했다.

반면,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했으나 엄격한 재정관리를 통해 지금까지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이 2008년 대비 2010년 2년간 16.8%p 상승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자 즉각 헌법에 균형재정 유지 원칙과 신규 국가채무발행 상한(GDP 대비 0.35%)을 명시하는 등 기존에 비해 한층 강화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도 최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지만 채무비율 상한선이 지나치게 높고 제재수단도 없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낮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며 "스페인과 아일랜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했던 재정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고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복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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