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0.15 14:26

병원참여율 절반수준, 대불금 회수도 6%에 불과

(이미지제공=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이를 조정·중재해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탄희 의원이 10개 국립대병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분쟁조정 참여율은 55.9% 수준이었으며, 국립대학병원이라고 해도 67.5%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신청한 분쟁 건수중 30~40%가 의료기관의 거부 또는 비협조로 조정·중재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공정한 피해구제와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위해 2012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의료분쟁을 조정·중재 또는 상담하고 의료사고를 감정해 손해배상금을 대불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조정에 불참해도 제재할 수 없어 실제 조정까지 이뤄지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국립대병원의 의료분쟁조정 참여율은 67.5%로 대학병원 60.6%보다 그나마 높은 편이다. 조정 참여율 순위를 보면 전남대병원이 92.6%로 가장 높고, 경북대병원(83%), 경상대병원(78.8%), 충남대병원(73%) 순이었다. 서울대병원(56.3%), 부산대병원(53.5%)은 가까스로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참여율이 가장 낮은 병원은 강원대병원으로 36% 수준이다. 참여율은 종합병원보다 의원급이 더 낮아 46.1%에 그쳤고, 한의원은 50%에 머물렀다.

참고로 소송건수로 보면 서울대병원 95건, 부산대병원 53건, 전남대병원 42건, 경북대병원 35건, 경상대병원 33건, 충북대병원 31건, 충남대병원 26건 순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사건 개시율은 지난 2015년 44.3%에서 지난해 63.2%로 다소 늘었다. 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중재 성공률은 60%를 다소 넘는 수준이다.

한편 의료분쟁 조정 처리기간이 갈수록 길어져 법적기간인 120일을 넘기는 일이 허다했다.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조정·중재 처리기간 자료를 보면 평균 처리기간이 2016년 91.3일에서 2020년 126.2일로 35일이나 늘었다. 특히 25개 진료과목 중 13개가 법적 처리기한을 넘겼다. 과별로는 약제과가 214일로 가장 길었고, 다음으로 내과 147일, 소아청소년과 135.9일, 정형외과 135.1일 순으로 기한을 초과했다.

조정중재원의 대불제도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강병원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중재원이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으로부터 상환받은 금액은 2억9000만원에 그친 것이다. 2015~2019년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원에 청구한 손해배상 건수는 모두 96건으로 62억원이었지만, 그중 87건 49억원만 지급됐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손해배상금이 확정됐는데도 의료기관으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할 때 조정원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배상의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다.

강병원 의원은 "중재원의 손해배상금 환수 금액이 대불 금액의 6%에 불과하다"며 "구상을 못한 원인중 파산면책된 사례가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조정원의 적극적인 배상금 환수방법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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