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10.16 23:30

시간 줄이고자 맵, 최고레벨 축소…정교한 컨트롤 훨씬 어려워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게임 내 챔피언 선택 화면.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롤)'가 모바일로 나온다. 

'롤: 와일드 리프트'는 롤 캐릭터들을 흉내 내거나 시스템을 베껴 나온 '짝퉁' 게임이 아니다. PC 버전 롤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진짜배기 모바일 버전 롤이다.

게임은 라이엇이 지난해 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한 5개 게임(롤: 와일드 리프트, 전략적 팀 전투(TFT), 레전드 오브 룬테라(LoR), 발로란트, 롤 RPG) 중 4번째 출시 작이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다.

PC 롤을 6년 가까이 즐겼던 기자가 직접 모바일 버전 비공개 테스트(CBT)에 참여해본 결과, 게임은 확실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모바일 플랫폼에 맞춘 변화들이 많았다. 롤 캐릭터, 시스템이 모두 담긴 만큼 몰입하기도 쉬웠다. 다만 익숙한 PC 롤을 벗어나 모바일 롤을 찾아야 할 만큼 색다른 강점은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캐릭터 간 밸런스 역시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게임 화면. 왼쪽에는 이동 키와 미니맵, 오른쪽에는 공격, 스킬 키 등이 있다. 작아진 정글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작아진 맵, 빨라진 게임 속도

롤: 와일드 리프트는 PC 롤의 5 대 5 대전 방식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따라간다.

세 개로 나뉜 공격로, 다른 팀원들과 힘을 모아 상대방 넥서스를 파괴하는 목표, '미니언'과 정글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고 돈을 벌어 아이템을 사는 것 등 멀티플레이 온라인 배틀 아레나(MOBA) 장르의 기본 공식과 같다. 하지만 온전히 PC 롤과 같은 게임은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달라진 부분이 여럿 있다.

게임에 들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아진 맵이었다. 넥서스 포탑이 넥서스와, 억제기가 억제기 포탑과 합쳐졌다. 본진을 나서 한참 가야 나왔던 최전방 포탑도 가까워졌다. 정글 지역 역시 축소됐다. 몬스터가 등장하는 캠프의 수는 똑같지만 캠프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지형이 일부 바뀌었다.

맵이 작아지니 게임 시간이 짧아졌다. 다른 이들과 게임하는데 걸린 시간은 12분~14분이었다. 단순히 맵이 작아진 것이 다가 아니다. PC에서 5단계까지 찍을 수 있던 일반 스킬은 4단계로 줄었다. 6레벨에 찍던 궁극기는 5레벨에 찍을 수 있다. 귀환도 빠르다. 영웅들이 금세 강해지니 큰 싸움이 빨리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라이엇이 목표로 한 게임 시간은 15분 내외다.

라인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같은 공격로에 선 상대 영웅을 견제하며 미니언 막타(마지막 처치에 관여해 골드를 얻는 방식)로 돈과 경험치를 얻는 방식은 여전하다. 이에 따른 실력 차이도 뚜렷이 났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게임 화면. 화면 전환으로 PC라면 전령 둥지인 곳에 용 둥지가 있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아이템의 가장 큰 변화는 신발이다.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신발 아이템은 이제 사용 아이템으로 바뀌었다. 솔라리(보호막을 주는 아이템) 등 사용 아이템이 모두 신발의 최종 단계로 통합됐다. 모바일에 맞춘 새 아이템도 나왔다.

진영에 상관없이 모든 본진이 왼쪽 아래로 가는 것도 특징이다. 이용자가 레드 팀이라면 원래 PC 롤에서 1시 지역에 있던 레드 팀 넥서스가 게임 시작과 함께 7시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공격로, 전령 둥지와 용 둥지의 위치도 뒤집어진다. 이용자들이 익숙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UI 위치를 고려한 결과다.

스킬과 일반 공격(평타) 사용은 생각보다 쉽다. 챔피언 위주 자동 타겟팅이 부드러웠다. 논타겟팅 스킬은 손으로 드래그해 방향을 조정한다. 여기까지는 마찬가지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사거리가 긴 스킬을 쓰면 맵이 넓어지거나, 스킬에 따라 화면이 이동해 색다른 재미를 줬다. 스펠과 사용 아이템(신발), 와드, 핑 활용도 쓰기 좋았다.

다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 PC 버전에 익숙했던 기자에게는 여전히 많은 플레이가 제한되는 것으로 느껴졌다. 미니언이나 적 영웅들이 여럿 겹쳤을 때 그중 하나를 찍어 공격하는 것이 힘겨웠다. 타 지역을 확인하는 것도 PC 버전보다 어렵다. 지도를 누르고 있는 동안만 화면이 이동했다 손을 떼면 자신의 캐릭터로 돌아왔다.

아직까지는 논타겟팅 스킬이 적은 가렌, 잭스, 마스터 이 등 돌격형 브루저 챔피언, 먼 거리에서 평타 기반 공격을 하는 바루스, 진 등 원거리 딜러 챔피언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느껴졌다. 논타겟 스킬은 PC보다도 맞추기 어려운 만큼 보상이 더 커져야 할 듯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게임 화면. 캐릭터 '진'의 사거리가 긴 스킬 '커튼콜'을 쓰자 보이는 화면이 넓어졌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이기기 위해 과금할 필요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게임 플레이, 나쁘지 않다.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의 느낌이 난다. 무엇보다 10년간 PC 롤이 쌓아 올린 명성이 자산이다. 롤을 오래 즐겨온 기자로서는 게임 시스템과 캐릭터 스킬이 익숙했던 만큼 빠르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라이엇의 운영 능력도 힘이다. 롤이 이리 오래도록 인기 게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은 빠른 피드백과 끝없는 변화에 있다. 브라이언 피니 와일드 리프트 디자인 총괄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과 콘솔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는 게임을 선보이려 한다"며 "PC 버전과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밸런스 조정, 캐릭터 확장 등을 꾸준히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과금 유도는 없다. 모바일 게임에 흔히 들어가는 캐릭터 강화를 위한 과금, 광고 시청 유도 등 시스템은 배제된다. 이용자들은 이기기 위해서나 빠른 진행을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챔피언 스킨, 감정표현과 와드 스킨 등 꾸미기 제품들이 주요 과금 요소다. 상점에 들어가면 챔피언들의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스킨에 따라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이 준비됐다. 확실히 PC 버전과 달리 움직임이 소개 화면에 들어오니 챔피언이나 스킨을 구매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적을 처지했을 때 나타나는 표식, '마커'도 새로 추가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게임 화면. 스킨을 선택하면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여전히 PC 버전 롤이 더 재밌다?

반면 단점도 분명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단점일 수도 있다. PC 버전 롤이 더 재밌다는 점이다.

기자는 롤을 그만둔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게임을 체험하다 보니 PC 롤이 하고 싶어졌다. 재미 요소와 특장점이 같기에 이런 기분은 더 커졌다. 세밀한 컨트롤과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수 없는 영웅들이 그리워졌다. PC 버전 롤 이용자들이 와일드 리프트의 주요 이용자가 될 확률이 높은 만큼, 게임의 가장 큰 라이벌은 PC 롤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와일드 리프트에 특화된 전략, 색다른 게임 메타 등 PC와 전혀 다른 게임 플레이가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모바일뿐 아니라 콘솔로도 함께 나오니 이용자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롤이 오랜 시간 흐르며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어왔기에 또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모바일 MOBA의 한계도 돌파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자동 사냥 등 편한 조작을 선호하거나 아주 짧은 시간 즐기는 레이싱, 퍼즐 게임 등이 선호된다. 모바일 플랫폼의 장점인 자유로운 이동성은 집중과 정교한 컨트롤을 요하는 MOBA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이용자의 트롤링(의도적으로 상대에게 죽거나 이동하지 않는 것), 악질적인 채팅도 정식 서비스 이후 풀어가야 할 문제다.

TFT, LoR, 발로란트처럼 롤: 와일드 리프트 역시 모바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MMORPG가 초강세인 한국 모바일 시장에 MOBA 장르 게임의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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