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0.10.18 01:25

브랜드 인지부터 도달·클릭·구매 전환까지 '쭉'…소비과정 이탈률 낮아 국내외 기업들 '총력'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페이스북 코리아 홈페이지)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페이스북 코리아 홈페이지)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얼마 전 20대 여성 김영희 씨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SNS 사진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발견했다.  

화장품을 클릭하니 화면은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 페이지로 넘어갔다. 김영희 씨는 평소 물건을 구매할 때,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하고 깐깐하게 비교해보는 편이지만 이미 넘어간 상품 결제 페이지에서 홀린 듯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김영희 씨 경우처럼 소비자가 보고 있는 사진, 동영상에서 바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연결 탭을 제공하는 것을 '쇼퍼블 콘텐츠(Shoppable contents)'라고 부른다. 

쇼퍼블 콘텐츠가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는 2020년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키워드 5가지 중 하나로 쇼퍼블 콘텐츠를 꼽기도 했다.

기업에서 쇼퍼블 콘텐츠 마케팅을 선호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신속한 구매 결정을 돕기 때문이다. 쇼퍼블 콘텐츠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판매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해진다. 브랜드 인지부터 도달, 클릭, 구매 전환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소비 과정에서 이탈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쇼퍼블 콘텐츠는 모바일을 통해 자주 상품을 구매하는 20~30대 젊은 고객층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비가 보편화 될수록 TV 광고 시청이 줄고 SNS의 '숏폼(짧은 동영상)'을 이용한 쇼퍼블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이며 SNS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쇼퍼블 콘텐츠의 대표 주자인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5월 국내 이용자 92%가 해당 앱에서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접한 후 구매와 관련된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전 세계 기업들이 새로운 트렌드인 쇼퍼블 콘텐츠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해당 플랫폼에 올라온 상품 사진의 태그를 누르면 판매 페이지로 바로 이동 가능한 '쇼핑 태그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체크아웃(인앱결제)'을 시작해 일부 기업의 상품은 인스타그램 내부에서 결제까지 가능해졌다. 쇼퍼블 콘텐츠를 통해 해당 앱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해야 자사 앱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해외 유수의 대기업도 쇼퍼블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자회사를 통해 '숍루프'라는 쇼퍼블 콘텐츠 관련 앱을 론칭했다. 해당 앱에서는 90초 분량의 동영상을 시청하며 새로운 제품을 발견할 경우 이를 바로 살 수 있다. 아마존은 자체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 경진대회를 방영하고 방영 상품을 아마존 닷컴에서만 구할 수 있게 했다. 콘텐츠와 쇼핑의 결합이다.

미국 메이저 방송사 NBC유니버설도 '쇼퍼블 TV'를 만들어 실시간 라이브 방송 화면의 QR코드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바로 방영 중인 제품을 살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0월에 NBC유니버설은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중계하며 라코스테 의류 판매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CJ 오쇼핑, 롯데 홈쇼핑,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CJ 오쇼핑은 카카오톡 내 채팅창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고, 그 방송에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롯데홈쇼핑과 네이버는 각각 '몰리브', '뷰스타 마켓'이라는 쇼퍼블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며 경쟁을 시작했다. 

쇼퍼블 콘텐츠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패션 SNS로 사업을 시작한 '스타일쉐어'는 올해 250억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도 310만개가 넘는 인테리어 사진을 비롯한 쇼퍼블 콘텐츠를 통해 올해 3월 월 거래액 700억원을 돌파했다. 쇼퍼블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애드픽 커머스' 또한 전년 대비 1.6배 이상 회원 수를 늘리고, 지난해 12월 기준 월 거래액 20억원을 달성했다. 

천진태 애드픽 커머스 사업개발 이사는 "애드픽 커머스는 콘텐츠 제작에서 실구매로 이어지는 마케팅 경험을 제공한다"며 "2020년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인 '쇼퍼블 콘텐츠'와 맞물려 지속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겼다. 이제는 소비자의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가 미래 트렌드로 광고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런 흐름 속에 광고와 소비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시킨 미디어 커머스의 대표 주자 쇼퍼블 콘텐츠는 한동안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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