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0.18 00:00
파리지옥. 곤충이 감각모를 건드리면 철창같이 생긴 잎을 닫아 잡은뒤 소화액을 붐비해 소화시킨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파리지옥은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이지만 벌레잡이 방법이 흥미로워 우리나라 등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굶주린 파리지옥은 양 손바닥을 벌린 형태로 잎을 벌려 휘발성 화합물을 분비한다. 유인된 파리, 개미, 거미 등이 입 안쪽에 있는 감각모를 건드리면 1000분의 1초 사이에 잎이 닫힌다.

먹잇감이 몸부림치면 자스몬산이 합성되면서 가시 철창이 단단히 잠기고 소화액이 분비된다.

그런데 파리지옥 잎 양쪽에 각각 3개씩 난 감각모 6개 가운데 하나만 건드려서는 잎이 닫히지 않는다. 2개 이상을 30초 안에 건드리면 빠른 속도로 닫힌다.

30초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파리지옥이 어떻게 첫번째 건드린 것을 기억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과학자들이 이 식물이 칼슘을 사용하여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하세베 미츠야스 일본 오카자키 국립기초생물학연구소 박사가 유전 공학을 통해 칼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확인, 네이처 플랜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파리지옥의 유전자를 변형, 칼슘에 노출되면 녹색 빛을 내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했다.

연구팀이 파리지옥의 감각모 중 하나를 건드렸을 때 감각모의 밑부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이 잎 사이로 번지면서 점차 희미해졌다.

연구원들이 30초 안에 두 번째로 잎의 다른 감각모를 건드리자, 잎은 전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났고, 식물은 재빨리 덫을 닫았다.

연구진은 이를 종합해 파리 지옥의 30초 단기 기억력의 비밀은 칼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각모를 건드릴 때마다 칼슘이 방출되면서 신호를 보낸다. 두번 건드려서 칼슘의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칼슘의 급상승에 의해 덫이 닫히는 것이다.

첫번째로 감각모를 건드린지 30초 안에 두 번째로 잎의 다른 감각모를 건드리자, 잎은 전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났고, 파리지옥은 재빨리 잎을 닫았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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