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0.16 18:30

개인투자자 상장 첫날 81만여주 매수…"고점에 물리신 분 자기 뺨 내려치세요"

(왼쪽부터) 박태진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등 8명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상장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박태진(왼쪽부터)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등 8명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상장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빅히트 주식 고점에 물리신 분 손 들어보세요. 그 손 그대로 자기 뺨 내려치세요."  

해당 글은 주식 커뮤니티에 게시된 일부 내용이다. 투자자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틀 연속 폭락하자 빅히트 주식을 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아우성이다.

◆빅히트, 상장 이틀 간 26.73% 폭락…외국인·기타법인 80만여주 매도

16일 빅히트는 전일 대비 5만7500원(22.29%) 하락한 2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도 가파른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다. 빅히트 주가는 이틀간 시초가 대비 26.73% 하락하며 20만원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냈다.

지난 15일 코스피에 상장한 빅히트는 호가접수에서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2배 오른 27만원의 시초가를 형성했다.

이후 개장과 동시에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하자 투자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역시 BTS"라며 환호했다. 따상 당시 빅히트의 주가는 35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BTS발 주가 호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빅히트는 따상 직후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은 다시 오를 것이라며 '설마'하는 분위기 속에서 빅히트 주가를 주시했다. 오후가 되자 설마는 현실이 됐고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빅히트 주가가 시초가를 지키지 못하고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락세가 이틀째 이어지자 투자자들은 커뮤니티에서 "믿었던 빅히트에게 뒷통수 맞았다"며 "고양이가 매수 버튼 잘못 눌렀다고 말하면 환불해주냐"고 반발했다.

빅히트 주가를 끌어내린 주범은 기타법인과 외국인으로 밝혀졌다.

기타법인이란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기업을 의미한다. 기타법인은 지난 15일에만 빅히트 주식을 58만5463주를 팔았다. 금액으로는 1770억원 규모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도 593억4200만원에 달하는 20만7400주를 던졌다.

이들이 던진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빅히트 상장 첫날 81만여주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총 2436억2300만원 어치다.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려 팔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빅히트 주가가 '의무보유확약'으로 인해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기관이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팔지 않는 약정이다. 빅히트의 기간별 의무보유확약은 1개월 30.88%, 3개월 17.87%, 6개월 24.83%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기관 의무보유확약이 해제되는 시점에 각각 10%, 7% 급락했다.

◆빅히트 최대 약점, BTS 의존율·군입대…지난해 BTS 매출 비중 97.4%

엔터주는 내·외부 변수가 많아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한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과 군 입대 문제가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 'BTS는 영원히 젊지 않다. 빅히트는 새로운 '빅히트'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빅히트는 BTS의 음악이 멈추기 전에 다음 단계를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액 4167억원, 당기순이익 63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방탄소년단의 매출 비중은 100%에 근접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히트 약점은 지난해 매출의 97.4%가 방탄소년단에게 나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는 최근 플레디스와 쏘스뮤직을 인수해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를 영입하면서 올 상반기 방탄소년단 매출 비중이 87.7%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매출 비중이 90% 아래로 떨어졌지만 방탄소년단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빅히트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는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영상을 보며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버스의 높은 매출 기여로 올해 상반기 기준 자체 플랫폼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2.2% 증가한 1127억원"이라고 전했다.

위버스의 단점은 유튜브와 카카오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빅히트 소속 가수의 팬이 아니라면 위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군입대도 빅히트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다.

국내 3대 엔터주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던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하락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YG는 빅뱅의 군입대 문제로 적자가 확대됐다"며 "빅뱅 공백을 대비해 콘텐츠 제작 등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적자가 더욱 확대됐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주식의 투자위험 요소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 등을 들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의 군 입대 등 주요 아티스트의 공백으로 인한 매출 감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앨범, 영상 등 콘텐츠 사전제작, 활동 가능 멤버들을 통한 탄력적 아티스트 운용 등 다방면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작성했다.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우려로 인해 빅히트의 주식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방탄소년단의 군면제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방탄소년단 군면제를 요청하는 청원이 다수 발견된다.

정치권도 이를 인식했는지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같은 가수인데 성악이나 판소리는 사실상 군면제인 예술·체육원에 혜택을 주고 대중 가수는 입대 연기만 하는 것을 차별"이라며 "병역 특례를 최소화하되 꼭 필요한 특혜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대체복무 인원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군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빅히트 공모가·적정 주가 거품 인식 확대…메리츠증권 "빅히트, 적정주가 16만원"

증권사가 제시한 빅히트 목표주가도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별 빅히트 목표주가는 하나금융투자 38만원, 유안타증권 29만6000원, 현대차증권 26만4000원, 한화투자증권 26만원, IBK투자증권 24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21만2000원을 적정가격으로 제시했다. 다수의 증권사가 빅히트 적정주가를 20만원 이상으로 잡을 때 메리츠증권은 16만원이 적정 주가라고 판단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낸 보고서를 통해 "빅히트에 업계 1위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지만 지식재산권(IP)이 아티스트에게 소유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타사 대비 가치를 30% 할증 적용해 적정 주가 16만원을 제시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빅히트는 상장 이전부터 고평가 논란을 받아왔다. 공모가의 기초가 되는 적정 주가 산출을 위한 가치 비교 대상 기업에서 국내 엔터 3사 중 SM을 빼고 YG, JYP, YG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했다. SM을 비교 대상에 넣었다면 할인율 적용 이후 공모가는 11만2000원에 책정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상 기업에 편입한 것도 의문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엔터 기획사와 IT 기업으로 업종이 다름에도 공모가를 부풀리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있다. 투자자들은 빅히트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며 적정 주가를 높게 산출하기 위해 SM을 제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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