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0.19 12:00
정준우 UNIST 교수 연구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반딧불은 지휘자 없이도 박자를 맞춰 동시에 깜박인다. 진동하는 두 시계추도 서서히 박자를 맞춘다. 동기화 현상이다.
흐르는 액체 속에서도 동기화 현상이 나타난다. 물 속에서 유영하는 세포나 미생물의 무수히 많은 발이 보이는 일사불란한 움직임들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이론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정준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교수팀은 미세한 기름관에서 작은 물방울들을 만들 때 저절로 박자를 맞추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 동기화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이론적 모델까지 제시했다.
기름이 흐르는 미세유체관에 물을 양옆에서 넣어주면 기름과 섞이지 않는 물줄기가 스스로 끊어져 물방울이 된다. 원래 이 물방울은 양쪽에서 엇박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연구팀은 특정조건에서 처음에는 제각각 만들어지던 물방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박자를 맞추며 동기화 되는 장면을 잡았다.
연구팀은 이를 ‘경계면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물리학적 원리’로 설명했다.
물-기름 간 경계면에서 미세하게 발생하는 진동을 시계추처럼 하나의 진동자로 본 것이다. 물방울이 여러 개 생기면 진동자가 물방울 수만큼 생기고 여러 진동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물방울 생성 주기가 맞춰진다. 마찬가지로 물 속에서 떠다니는 세포의 섬모를 하나의 진동자로 보면 섬모들이 박자를 맞춰 움직이는 행태를 설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두 물방울 생성이 박자를 맞추는 정도를 두 물방울의 거리, 액체의 흐름 속도, 점도 등을 조절해 바꿨다.
이는 암이나 병원균을 진단하는 랩온어칩 에서 액체 시료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엄유진 연구교수는 “랩온어칩을 이용한 물방울 생성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동시 생성’ 동기화를 최초로 관찰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모델 시스템을 이용하여 미세유체 내에서 일어나는 동기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교수는 “동기화 현상을 직관적인 원리와 함께 설명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모델 시스템으로, 복잡한 구조 제작 없이 유체를 제어할 수 있는 미래형 랩온어칩 기술로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와 UNIST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강주헌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