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0 10:13

방사청 "노후화된 기존 헬기 성능개량 보다 신규 도입 1313억 더 저렴"

치누크(CH-47)헬기. (사진제공=픽사베이)
치누크(CH-47)헬기.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우리 군의 주력 수송 헬기인 치누크(CH/HH-47D)의 성능개량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군은 이를 대체할 외국산 새 헬기를 도입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9월 치누크 헬기 성능개량사업 4차 선행연구에서 "국외 성능개량 대비 동일 장비 신규구매가 더 저렴하므로 사업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사청과 치누크 헬기 제작사인 보잉 및 미국 정부와의 협의에서 미 정부는 기존 헬기 노후화에 따라 재생품과 신형 장비 간 호환성, 불일치 문제 증가가 예상되며 신품 대체구매 소요가 증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성능개량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누크 헬기는 우리 군의 주력 대형기동헬기로 대규모 병력이나 화물 수송, 탐색 구조 작전 시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육군은 1987년부터 치누크 헬기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육군과 별개로 공군도 탐색구조용 헬기로 치누크를 도입했다. 지난 2014년에는 주한미군이 쓰던 중고 치누크 헬기 14대를 구매해 육군과 공군에 배치했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치누크 헬기는 생산된지 최소 21년에서 최대 5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수리부속마저 단종되어 가동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특히, 공군의 경우 올 상반기 치누크 헬기 가동률이 41% 수준에 불과했다. 

치누크 헬기를 운용하는 전세계 18개국 중 성능개량이나 신규 도입 없이 CH/HH-47D 기종을 운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

방사청은 당초 2018년부터 2026년까지 8278억여 원을 들여 치누크 헬기의 기체와 엔진, 조종실을 교체하고 동력전달계통과 항법·생존·통신장비를 보강하는 성능개량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7년 최초 소요 결정 이후 세 차례의 선행연구와 두 차례의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국외 구매, 국내 연구개발, 국외 성능개량 순으로 사업 방식이 변경되고 대상 기체 수도 여러 차례 바뀌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방사청이 제출한 'CH/HH-47D 성능개량 선행연구 결과 및 후속조치계획'에 따르면 이번 4차 선행연구 결과 총사업비는 국외 성능개량에 1조 3523억원이 소요되고 국외 신규구매의 경우 1조 2209억원이 소요돼 성능개량이 1313억원 가량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측이 성능개량 시 기존 항공기에서 재활용하는 부품의 재생비용, 재생실패 대비 예비품 확보비용, 기술지원 비용 등을 별도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작전운용성능의 경우 KVMF 등 한국형 임무장비의 장착이 일부 제한되며, 전력화 시기도 구매수락서(LOA) 접수 시점(21년 7월) 기준 납품까지 42개월 요구로 최소 6개월 가량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은 여러 차례 미국 측과 사업 계속 추진 방안에 대해 협의하였으나 미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론적으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사청은 다음 달 안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하여 사업 중단 여부를 결정하고 연내 소요 삭제 및 신규소요 결정 후 신속히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주요 의사결정이 여러 차례 번복되고 사업 추진이 장기화 되는 것은 우리나라 무기도입사업의 고질적 문제"라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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