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23 18:25

문 정부 임명 법무부 장관 세 명 모두 비 검사 출신…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4차례 제외하고 사시 선·후배 관계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추 장관이 임기 중 두 번째, 헌정사상 세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사건 관련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자 윤 총장은 일단 받아들이면서도 국정감사를 통해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이라고 반격했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 사건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윤 총장 장모 최모 씨의 의료법 위반 의혹 ▲윤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친형 윤모 전 용사세무서장이 연루된 로비 사건 등 윤 총장 관련 사건 5개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지난 7월 '검언유착' 사건에 이어 추 장관 임기 내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법무부와 검찰 간 균열의 원인은 1년 3개월 전 윤 총장의 검찰총장 임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야 한다. 1년여에 걸친 복잡한 사건을 쉽고, 상세하게 정리해봤다.

◆장관-총장, 원래는 '상호 존중' 관계 기본…검찰의 '상명하복' 문화 영향

대한민국 검사는 기소독점주의에 의해 그 권한이 매우 막강하다. 오로지 검사만이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행정체계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켜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와 예산 등의 행정적 지휘 권한을, 검찰총장에게는 수사와 기소 등 사건 지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총장은 우리나라 중앙부처 소속 외청의 수장 중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미묘한 관계는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다.

법무부 장관은 수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지휘할 수 없고, 검찰총장은 장관급이라 하더라도 검찰청이 법무부 소속 외청이기에 규정상 법무부 장관 직속이다. 무엇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이런 구조에서 장관과 총장은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더욱이 군사정권 이후 우리나라 법무부 장관은 법조인, 그중에서도 검사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기수를 바탕으로 하는 검찰 조직의 강력한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 특성상 후배 기수가 높은 직위에 앉게 되면 선배들은 검찰 조직 내부의 '족보'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복을 벗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김기수 검찰총장(사시 2회)이 김종구 서울고검장(사시 3회)의 법무부 장관 발령에 사퇴를 선택한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선배 총장이 사퇴하지 않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가 역전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의 강금실 장관(사시 23회)와 송광수 총장(사시 13회) ▲노무현 정부의 천정배 장관(사시 18회)와 김종빈 총장(사시 15회) ▲이명박 정부의 이귀남 장관(사시 22회)와 김준규 총장(사시 21회) ▲박근혜 정부의 김현웅 장관(사시 26회)와 김진태 총장(사시 24회)등 4차례가 있었다. 이중 천정배 전 장관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전 총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퇴한 바 있다.

기수를 매우 엄격히 따지는 법조계의 특성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단 4차례를 제외하고 항상 선·후배 관계에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을 예우하는 모습을 취하는 경우가 잦았고, 장관 또한 총장보다 상급자라 하더라도 총장의 직책에 맞게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국정농단' 파헤친 '공신' 윤석열…문 대통령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뉴스웍스DB)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뉴스웍스DB)

하지만 현직을 맡고 있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은 지난 1년간 계속해서 정면 대립을 반복해왔다. 이는 크게 두 가지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추 장관이 스스로를 '문민 장관'이라고 지칭한 데서 알 수 있듯 그가 검사 출신이 아닌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추 장관이 최초의 판사 출신 장관은 아니지만 판사 출신 장관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41대 이정우 전 장관, 44대 안우만 전 장관, 55대 강금실 전 장관 단 세 명 만이 판사 출신이고, 비 검사 출신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세 명과 57대 천정배 전 장관(변호사·국회의원), 65대 박상기 전 장관(법학교수), 66대 조국 전 장관(법학교수·민정수석) 뿐이다. 

1987년 36-37대 장관을 역임한 정해창 전 장관 이후 현재 67대 추미애 장관까지를 살펴보면 위의 6명을 제외한 모든 장관이 검사 출신이다. 특히 현 문재인 정부 이후 임명된 법무부 장관 세 명 모두가 비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머지 하나는 정치적 역학관계에서의 상충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보다 더 청와대와 여권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적 자리인데, 윤 총장이 현 정권을 '저격'하는 수사를 여러 차례 지시했기 때문에 법무부와 대검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윤 총장은 '공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현 문재인 정부가 수립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현 최서원) 게이트',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으로 지명되며 박근혜 정부의 비위를 파헤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두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대한민국 뉴스에 문 정권 탄생의 제 1, 2공신끼리의 영역 다툼 싸움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며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 놓고 문 정권 탄생 공신들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모택동식 사고 방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그 외에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사건',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등 권력과 직결된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7월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며 윤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살아있는 권력' 1호 타겟은 조국…검찰개혁 방해 vs 엄정 수사일 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해 9월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원성훈 기자)

윤 총장의 검찰총장 취임 이후 수사 대상이 된 '살아있는 권력' 1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무부와 검찰, 정권과 검찰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로 여겨진다. 이로인해 윤 총장은 집권세력으로부터 미운 털이 톡톡히 박히게 된다.

윤 총장은 2019년 하반기 이른바 '조국 사태'로 회자되는 조 전 장관 관련 비위 의혹에 칼을 겨눴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로 ▲자녀 대입 관련 비리 ▲사문서 위조 ▲가족과 함께 사모펀드 운용을 통한 재산 은폐·횡령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받았지만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책임질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조 전 장관을 지난해 9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들어가는 등 비위 관련 수사에 착수했고, 2019년 12월 31일 조 전 장관을 뇌물수수·위계공무집행방해·사문서위조·증거위조교사 등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던 만큼 검찰의 조 전 장관 기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권을 위시한 조 전 장관 지지 측은 "검찰개혁 방해를 위한 표적 수사"라며 윤 총장과 검찰을 비난했고, 야권과 검찰 지지 측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은 기소 10여개월이 지난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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