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0 15:57

민홍철 "KDDX 기밀, 현대 쪽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 알면서도 사업 진행됐나"
이채익 "사법적 판단 기다리는 입장…지역감정 자극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선정과정을 두고 울산과 경남 지역 국회의원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KDDX 사업 과정에서 기밀이 유출된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갈등이 정치권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올해 방산업계 최대 화제로 꼽히는 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7조원대 대형 프로젝트다. 앞서 이 사업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경쟁을 벌였으나, 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앞서며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사업 관련 기밀 유출 사건이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현직 방위사업청 간부(전직 해군 간부) 등 20여명이 2013~2014년께 KDDX 관련 기밀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5년간 해군함정 설계 및 건조 실적이 현대중공업을 앞서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해군 간부가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연구 개발한 KDDX 개념 설계도를 빼돌리는 등 기밀자료를 유출했다"며 전면재심사를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방사청이 요구하는 장비와 설비를 갖췄지만 상대평가를 이유로 차등 점수를 받았다. 또 방사청이 명시한 최근 5년간 유사함정 수주 실적 항목 중 '유사함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광용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5명 등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고 편파적인 평가를 했다"며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DDX 문제는 이날 열린 방사청 국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지역의 국회의원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과도하게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가 봤을 때 개념설계의 기본 틀은 입찰업체에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무단으로 도촬했다면 결과에 따라서 사법 처리하고 문책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경쟁할 때는 경쟁하면서 국내 조선업을 위해서 노력했던 업체"라며 "그런데 이걸 자꾸 이렇게 하면 우리 울산은 또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거제)가 위치한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며 방위사업청을 압박했다.

경남 김해지역 의원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소가 되는 과정이 진행됐는데 방사청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나"라며 "관련 기밀이 현대 쪽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이 진행됐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 의원은 "(유출된) 그 자료가 특정 업체로 가서 이 사업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확인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실제 민 의원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2013년부터 불법적인 방법으로 KDDX 관련 군사기밀 자료를 수집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이 불법으로 취득한 KDDX 관련 군사기밀자료는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방위사업청 수주를 통해 진행한 'KDDX 개념설계보고서(Ⅲ급)'와 'KDDX ROC(Ⅲ급)' 자료였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을 향해 "(방사청이 유출을) 인지했음에도 현대중공업이 입찰 자격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최소한 (현대중공업에) 감점을 줘야 한다"며 "경남 도민이 분노하는 게 상식임에도 방사청은 상식과 동떨어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향후 평가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현행 규정상 KDDX 평가를 번복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사법부 판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 청장은 "저희 규정에 의해서 (우선협상대상) 후순위자로 통보된 사람(대우조선해양)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증위원회에서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다"며 "최대한 외부인을 많이 넣고 해서 해보니 (현대중공업을 선정한) 결과를 뒤집을 상황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왕 청장은 "사법부 판단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나올 전망이다. 판결이 어찌 나올지에 따라서 너무 달라진다"며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조선업계는 이날 국감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내에 사법부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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