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11 14:20
달의 모습이다. 태양의 빛을 반사해 또 다른 밝음을 드리우는 천체다. 태양과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달이 햇빛을 반사하는 모습이 달라진다. 그 모습에 따른 이름이 보름과 상현, 하현 등이다.

의정부의 호원동에 있는 유서 깊은 절 이름으로 역명을 삼았다. 망월사는 신라 때 창건한 절로서,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면서도 늘 한국 불교계에서 중요한 자취를 남긴 절이다. 절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습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월봉(月峰)이라는 바위가 있어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의 망월(望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라 때 이 절을 창건한 해호(海浩)라는 스님이 절을 지으면서 머무르던 곳에 있던 옛 산성 망월성(望月城)의 이름을 땄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어쨌거나 우리는 망월(望月)이라는 한자 이름에 먼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望(망)이다. 이 글자의 원래 뜻은 보름달을 가리켰다. 그 다음에는 보름달이 의미하는 ‘밝음’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발전했고, 나아가 ‘멀리 바라보다’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바란다’는 뜻도 얻었다. 이 글자가 결국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의 희(希)와 어울려 결국 희망(希望)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대망(待望), 소망(所望), 절망(絶望) 등의 단어에 나타나는 이 글자의 쓰임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망월(望月)이라고 적으면 ‘달을 바라본다’는 뜻도 있지만, 그 자체가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의미하기도 한다. 달의 별칭은 앞의 월계(月溪)역을 지나면서 소개했다. 마침 절의 이름과 함께 그 망월(望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이번에는 달의 여러 가지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 단어를 찾아보자.

달이 이지러졌다가 차올라 다시 기울어지는 모습을 적는 한자는 여럿이다. 우선 朔(삭), 上弦(상현), 望(망), 下弦(하현)이다. 달은 이 네 모습으로 우리 시야에 들어온다. 朔은 합삭(合朔)이라고도 적으며, 그 상태를 가리킬 경우에는 신월(新月)이라고 한다. 이때의 달은 태양과 움직이는 궤도가 같아져 함께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따라서 달의 뒷면만 햇빛을 받으므로 지구에서는 달이 보이지 않는다. 朔(삭)은 음력 초하루에 해당한다.

朔(삭)을 지나 그 다음 단계에 나타나는 달의 모습은 上弦(상현)이다. 반달의 모습인데, 음력 달의 8~9일 모습이다. 그 전인 음력 달 3~4일에는 아주 일부분이 살짝 모습을 보인다. 초승달로 부르는 이때의 달은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고 해서 아미월(蛾眉月)로도 적는다. 아미(蛾眉)는 누에나방 눈썹이라는 의미로, 미인의 눈썹을 가리킨다. 반달을 가리키는 上弦(상현)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차오르는 이때의 달 모습이 활시위(弦)가 벌어지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인 글자다.

上弦(상현)이 지나면서 달은 점점 부풀어 올라 보름이 닿기 전에는 전체 모습이 어렴풋하게 눈에 다 들어온다. 이런 달의 모습은 철월(凸月)로 적었다. 움푹 파인 모습과 도드라진 모습을 요철(凹凸)로 적을 때의 그 凸(철)이라는 글자다. 달이 도드라져 오르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 다음이 보름달, 즉 望(망)이다. 가득 찬 달이라는 뜻의 만월(滿月)로도 부르며, 그 날짜인 ‘보름’를 가리켜서는 망일(望日)로 적기도 한다. 달은 그렇게 꽉 차올랐다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달이 이지러진다고 해서 잔월(殘月)로 적는다. 그 잔월에서 더 이지러져 반달의 모습을 보일 때가 下弦(하현)이다. 역시 더 기울어져 그믐달일 때는 눈썹의 모습이라 초승달 때의 반대편 아미월(蛾眉月)이다.

그믐을 한자로는 ‘어둠’ ‘그늘’이라는 뜻의 晦(회)로 적는다. 따라서 삭망(朔望)은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회삭(晦朔)이라고 적으면 그믐에서 달초를 가리킨다. 회삭(晦朔)은 또 밤(晦)과 새벽(朔)을 지칭하기도 한다. 초길(初吉)은 보통 초하루에서 보름까지의 시간을 일컫는다. 기망(旣望)은 보름에서 하현(下弦)까지다.

이 달에는 차오름(盈)과 텅 빔(虛), 번성함(盛)과 쇠락함(衰), 맑음(晴)과 어둠(陰) 등 서로 반대의 뜻을 이루는 관념이 담겨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늘 맞이하는 상승(上昇)과 하강(下降), 성취(成就)와 좌절(挫折), 승리(勝利)와 패배(敗北)의 수많은 곡절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늘 달을 바라봤을 게다. 요즘은 그 달보다는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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