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0.21 11:18
소행성 베누에 착륙하고 있는 오시리스-렉스 상상도 (그림제공=NASA)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지구로부터 약 3억 3400만㎞ 떨어진 소행성 ‘베누’의 표면에 다가가 10초간 팔을 갖다대 암석 표본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

NASA는 현지시간으로 20일 오후 6시 12분(한국시각 21일 오전 7시 12분) 소행성 베누 표면에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오시리스-렉스는 베누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만큼 근접했을 때인 2016년 9월 발사돼 2018년 12월에 베누 궤도에 도착했다.

NASA는 8억 달러를 들여 15인승 버스 크기의 오시리스-렉스를 개발했다. 이날 주 임무인 표본 채집에 성공했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소행성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표본을 채집한 국가가 됐다. 탐사선은 베누의 암석 시료를 채취해 3년 뒤 지구로 귀환한다.

지금 베누는 지구와 화성 간 거리의 5배나 되는 3억3400만㎞ 떨어져 있다. 거리 때문에 지구와의 통신도 18분 차이가 난다.

베누는 폭이 500m 정도인 다이아몬드 모양의 소행성이다. 이날 착륙은 16m 폭의 충돌구인 나이팅게일에서 이뤄졌다.

오시리스-렉스는 나이팅게일 충돌구에 내리면서 3.3m 길이의 로봇팔을 펼쳤다.

로봇팔 끝은 청소 로봇 형태로 착륙 후 질소가스를 지면으로 분사했다. 가스 힘으로 공중에 떠오른 동전 크기의 자갈들을 빨아들이고 바로 이륙한다. 

나사 과학자들은 최소 60g에서 최대 1㎏의 암석 시료를 채집하는 게 목표다. 40g 이하면 2차 채집이 불가피하다.

2차 채집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오시리스-렉스는 내년 3월 지구로 방향을 틀고, 2023년 말 미국 유타주에 암석 시료가 든 캡슐을 투하할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의 이름은 ‘기원과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암석 탐사자’를 의미하는 영문 첫 글자를 땄다.

소행성 베누의 기원과 암석 성분을 조사하고 유사시 지구와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정보를 모으는 임무를 띠고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약 46억년 전 목성의 소행성대에 있던 천체가 베누의 모체이고, 나중에 10억 년 전쯤 다른 소행성과 충돌해 지금의 베누가 떨어져 나왔다고 본다.

베누를 분석하면 결국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일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베누에서 탄산염이 함유된 광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탐사선이 베누 표면의 암석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을 포착했는데 그 안에 탄산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지름 900m인 소행성 류구에서 시료를 채집하고 현재 지구로 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시리스-렉스의 시료 캡슐이 지구에 도착하면 올해 말 지구에 돌아오는 일본 하야부사 2호의 채집 시료와 비교하는 연구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소행성 류구는 베누보다 물이 풍부했던 당시의 물질을 덜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NASA의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찾은 탄산염 광맥(원안의 밝은 부분). (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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