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0.22 11:44

아주대병원 이수영·정경욱·예영민 교수팀 환자 분석…18세 미만 소아청소년 60% 차지

왼쪽부터 이수영, 정경욱, 예영민 교수.
왼쪽부터 이수영, 정경욱, 예영민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약을 복용하거나 특정한 음식을 먹은 뒤 갑작스런 쇼크가 왔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특정물질에 대한 심각한 인체 과민반응을 뜻하는 '아나필락시스' 환자 4명 중 1명은 생명을 잃을 정도의 중증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정경욱 교수와 알레르기 예영민 교수팀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아나필락시스 리지스트리(등록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등록한 환자의 나이와 위험인자, 증상, 치료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대상환자는 2016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6개 병원에 등록된 환자 558명이다. 

대상자의 나이대는 2개월부터 84세로 다양했지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이 다소 많았다.

문제는 아나필락시스 환자 중 23.5%가 생명이 위험한 중증이라는 사실이다. 증상은 저산소증이나 저혈압, 의식소실과 같은 심한 신경계 증상 중 1개 이상 발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나이대별 아나필락시스 원인물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린 영유아와 청소년시기엔 식품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하는 비율이 84.8%에 이르지만 성인으로 이행하면서 식품에 의한 비율은 줄고, 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늘었다. 식품은 계란, 우유, 호두, 밀, 땅콩, 키위, 잣, 메밀, 대두 등 순이었다.

성인은 식품(28.3%)보다 약물(58.3%)이 많았다. 일부 곤충독이나 운동이 원인이 된 사례도 있었다. 고령층의 곤충독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야외활동 중 벌에 쏘일 때 연령대가 높을수록 위험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 식품은 새우, 밀, 게, 대두, 땅콩, 소고기, 돼지고기가 원인물질로 지목됐다.

약물반응에서도 다소 차이가 났다. 소아청소년은 해열진통제에 의한 아나필락스가 항생제보다 높았지만 성인은 오히려 항생제, 해열진통제, H2 수용체길항제(위산분비억제제) 순이었다.

증상은 두드러기와 혈관부종 등이 90% 이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호흡기 증상(호흡곤란, 기침, 콧물), 위장관계 증상(구토, 복통), 신경계 증상(어지러움, 마비), 심혈관계 증상(저혈압, 창백, 흉통)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은 소아청소년에 비해 심혈관계 증상과 신경계 증상이 현저하게 많았다.

원인물질에 노출된 뒤 증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10분 이내가 41.4%, 10~30분 30.6%로 30분 이내가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치료는 에피네프린 투여가 63.8%로 가장 많았다. 이중 소아청소년의 13.5%, 성인의 25.5%는 2회 이상의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았다. 에피네프린은 아나필락시스 급성기에서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약물이다. 국내의 투여율은 북미, 유럽 등 치료현황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수영 교수는 “이번 연구가 조사에 동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뤄진 분류에 의한 것인만큼 아나필락시스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World Allergy Organization Journal’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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