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2 11:22

"검찰 정치적 중립성 지키기 위해 사퇴…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5월 경 검찰총장 보고, 그 이후 수사 상당히 진척"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진=국회사무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진=국회사무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수사를 지휘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사의를 밝혔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이날 오후 10시 10분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회 국정감사 시작 직후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회 국감장에서 서울남부지검장이 이날 사퇴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박 지검장은 "저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지난 8월 11일 부임한 후 라임 사건에 대해 8월 31일까지 전임 수사팀과, 그 이후 현 수사팀과 함께 하고 있다"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리고 전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전 회장은 1000억원대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며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박 지검장은 검찰이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숙고한 뒤 이같은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이미 윤 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제 검사장으로 당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선 "이번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정치인 비리에 대해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제대로 했는지와 관련해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 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검장은 "저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하였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며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인가"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라임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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