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0.22 16:38

한석훈 교수 "거액 화해금 노린 외국 집단소송 전문로펌에 사냥터 제공"
윤석찬 교수 "미국 입법사례 비해 5배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과도"

(사진제공=경총)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이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쳐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청중 없는 온라인 토론회로 진행됐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입법예고된 두 법안(집단소송법 제정안·상법개정안)의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입법예고안에서 변호사가 제한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며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이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을 것이며 제도적 부담이 거듭된다면 기업들은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신기술·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제조물 책임법, 자동차 관리법 등 분야별로 20여개 법률에서 상거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 거래업자 등의 보호가 높은 수준으로 보장돼 있다"며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향후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경총)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집단소송법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집단소송법안의 문제점' 발제에서 "법안은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 남용의 길을 열어주어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제도를 개선해 효율적으로 다수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소송에 의한 피해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법안이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다"며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식 집단소송은 전문 변호사들이 패소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며 사건을 발굴하는 분쟁 해결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며 "독일 등 유럽연합에서도 남소, 고비용·저효율의 소송구조, 미국 로펌의 법률시장 잠식 우려 등으로 인해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아니라 참가신청방식의 단체소송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징벌적 손해배상 및 반기업 편견을 가진 배심제와 결합해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제공=경총)
윤석찬 부산대학교 교수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윤석찬 부산대학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발제에서 "상법 개정안이 가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했는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악의에 찬 고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도 입법으로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의 배상액을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주로 2배 내지 3배 한도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Exxon사 선박의 충돌사고에 의한 원유 유출 피해자들에게 인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0억달러(약 5조원)에서 5억750만달러(약 6000억원)로 대폭 감액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실손해 배상과 징벌적 배상의 비율을 최대 1대1로 본 것으로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형적 사례로 소개되는 1992년 맥도널드 커피 사건도 오히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이라며 "미국 학계에서는 19세기부터 과도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의가 활발했다. 일부 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는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세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