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10.22 16:03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2022년까지 상생협력기금 100억 조성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22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최근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에 사과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과 강도를 낮출 수 있는 종합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우선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예상되는 추가 비용은 매년 500억원 수준이다. 추가인력 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조정하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측은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원인력이 투입되면 아침 7시부터 12시 사이 업무개시 시간 조정이 가능해진다"며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전문기관에 의뢰해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바꿔 나갈 계획이다. 초과물량이 나올 때는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산업재해 예방안도 마련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내년 상반기 안에는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 상반기 이후에는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위해 신규 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 권고 정책을 강화한다.

전체 택배기사 대상 건강검진 주기는 2021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인다.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한다. 소요 비용은 회사 측이 전액 부담한다.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통한 건강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건강검진 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3회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고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집배송 업무 배제와 물량축소 등을 요청한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도 가속화한다. 택배 자동분류장치 '휠소터'에 이어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를 추가 구축한다. 현재 회사가 처리하는 물량 가운데 소형택배화물의 비율이 전체 90%에 달해 MP를 설치하면 전체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 상생협력기금도 조성한다. 기존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 별개로 긴급생계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이 기금이 쓰인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8일 자사 운송노동자 A씨가 숨진 뒤 2주 만에 사과 입장과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된 택배 노동자는 13명인데 이들 중 CJ대한통운 노동자는 6명에 달한다.

이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이날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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