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23 18:45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한 5개 사건 수사 결과 따라 둘 중 한 명 치명상 입을 듯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면서 여권을 비롯한 조 전 장관 지지층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검찰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장관의 집까지 압수수색 하는 등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른다는 주장이다.

◆'검찰개혁' 배턴 터치 추미애…검언유착부터 '추미애 사단' 결성까지

지난 1월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법무부)
지난 1월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법무부)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2020년 1월 2일 현 법무부 장관인 추미애 장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추 장관에 대한 장관 임명은 문 대통령의 2020년 첫 업무였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재임 초기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검찰의 '역린'을 건드리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인사권 행사로 명확해졌다. 추 장관 재임 후 진행된 1월 8일 첫 검사장급 검찰인사에서는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현 대전고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검찰 요직에서 대거 물러나게 됐다. 취임 일주일 만에 '숙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야당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추 장관 탄핵안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보도는 이동재 채널A 기자(현 퇴직, 구속기소)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담합해 '신라젠 사건'과 관련한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려 한다"고 윤 총장을 저격하며 법무부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추 장관은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했다.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공정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유였다. 이후 검언유착 사건은 이른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가게 됐다.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검찰 내 알력 다툼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까지 개최되기도 했다. 심의위는 7월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 이 전 기자에 대한 수사계속 및 기소 의견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지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 간 육탄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이후 8월 5일 이 전 기자는 구속기소됐으나 한 검사장과의 공모 사항은 적시되지 않았다.

이 전 기자의 구속 기소로 검언유착 사건이 어느 정도 소강 상태에 접어든 이후 8월 27일 법무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1월의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숙청'이라는 표현이 제기됐듯, 야권은 법무부의 8월 인사에 대해 '학살'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정권·대기업 관련 수사를 벌여온 검사들은 모두 사실상 '좌천'됐다. 반면 한 검사장과 육탄전을 벌인 정진웅 부장검사는 서울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은 모두 추 장관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윤석열 사단'을 해체하고 '추미애 사단'을 만들었다며 맹공을 가하기도 했다.

◆'라임 사태'로 재격돌…"총장의 수사 지휘 미비" vs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검언유착' 이후 약 두 달만에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갈등이 불거졌다.

라임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약 1조6000억원대의 피해액이 발생한 사건이다.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부와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를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지만 부실채권 투자,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 구속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환매중단을 선언하며 벌어졌다. NH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유명 증권사까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옵티머스 채권을 판매하며 피해액이 더욱 커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도 옵티머스에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크게는 10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들어 이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횡령·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다. 이에 야권은 라임 사태를 청와대, 여당 등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맹공을 쏟아냈다. 

김 전 회장이 10월 16일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도 접대를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며 라임 사태와 관련해 추 장관은 법무부 감찰, 윤 총장은 대검 수사를 각각 지시했다.

법무부의 감찰 결과는 갈등에 더욱 불을 지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에 대검은 법무부 발표 이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격렬히 반발했다.

라임 사태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격돌하는 가운데 추 장관은 임기 내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 사건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윤 총장 장모 최모 씨의 의료법 위반 의혹 ▲윤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친형 윤모 전 용사세무서장이 연루된 로비 사건 등 윤 총장 관련 사건 5개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고 보고만 받도록 조치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명분에 대해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과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검찰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와신상담?…"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국감서 작심발언 쏟아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별다른 반발 없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 나흘 뒤인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 동안 자신에게 가해졌던 모든 질책에 대한 반박을 쏟아냈다.

22일 법사위 국감에서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의 행보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총장이 장관 부하라면 국민 세금을 들여 방대한 대검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총장의 지휘권 박탈은 '비상식적'"이라며 추 장관의 행보에 맹공을 가했다.

추 장관은 이러한 윤 총장의 주장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다"라는 SNS 글을 통해 반박했다.

또 윤 총장은 법무부가 주장한 '라임 사태 수사 지연 의혹', '추 장관의 인사 단행' 등에 대한 입장도 모두 표명했다.

라임 지연 의혹에 대해서는 대검의 입장문을 인용해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며 "(수사 지연 의혹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라임 사태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검사 추가 파견을 수차례 요구했고, 로비를 받은 검사들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추 장관의 인사 조치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인사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검사장급 인사 당시 추 장관은 인사 협의를 위해 윤 총장을 법무부로 소환했지만 이에 불응했다고 밝히며 "내 명을 거역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은 오히려 추 장관이 본인에게 인사안을 전달하지 않고 청와대를 통해 받으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을 '패싱'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검찰 개혁을 둘러싼 추 장관과 윤 총장, 법무부와 대검의 반목은 당분간 확대재생산될 전망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권한 축소를 두고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장관과 총장의 법적 위상 문제로까지 불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된 라임 사태에 대해 여당은 '공수처', 야당은 '특검'의 필요성을 역설 중이다.

그간 침묵을 지켜오던 윤 총장이 추 장관에 대한 반발심을 명확히 드러내고, 공수처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까지 밝히면서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가장 큰 화두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5개 사건의 수사 결과다. 여당은 윤 총장의 사퇴, 야당은 추 장관의 사퇴를 연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건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끝내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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