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0.24 12:05

삼성중공우, 보름 만에 14배 '폭등'…쌍용양회우, 고점 찍고 4거래일 만에 '반토막'

금융범죄를 다룬 영화 '작전' 포스터. (사진=쇼박스 홈페이지 캡처)
금융범죄를 다룬 영화 '작전' 포스터. (사진=쇼박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최근 주식 시장에서 일부 우선주가 연일 급등하자 작전 세력이 주가 조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은 크게 보통주와 우선주로 구분된다. 보통주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과 이익배당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그 대가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배당을 많이 받으며 파산 과정에서 우선적 지위를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액면가의 1%포인트 정도의 배당금을 더 받고 이익과 배당 등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또한 회사가 파산해 자산을 정리해도 우선주는 1순위로 청구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장점이 있어 배당 등 자산소득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이 우선주를 선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많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경영권 위협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일석이조'다.

◆우선주, 가격 변동폭 '롤러코스터'…삼성중공우·쌍용양회우 연일 상한가 행진

다만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발행주식수가 적다. 이로인해 주가 변동폭이 심하다. 주식이 고가에 있을 때 치고 빠지는 일명 '작전 세력'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우선주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가 조작을 통해 높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작전세력에겐 공매와 함께 맛있는 '먹잇감'이 아닐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중공우와 쌍용양회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우는 지난 6월 2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주가는 5만4500원에서 74만4000원까지 14배 이상 폭등했다.

같은 달 1일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카타르와 23조6000억원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LNG선 수주 호재만으로 삼성중공우 주가가 이처럼 폭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2만9350원으로 고점을 찍고 2만4950원으로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역시 29만3500원까지 오른 후 25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중공우와 달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 종목은 보통주이었다. 대체로 주식시장에선 액면가가 같을 경우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 주가가 우선주보다 높다. 이런데도 18일 기준 삼성중공우(74만4000원)는 삼성중공업(6470원) 보통주와의 괴리율이 115배 가까이 차이 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가 차이가 100배를 넘겼다는 것은 투기로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심지어 삼성중공업의 배당 시즌도 아니였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우에 대한 작전 세력의 투기 의혹은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중공업의 보통주 상장 주식 수는 6억3000만주로 시가총액은 4조3281억원이었던 반면 우선주는 11만4845주로 시총이 300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선주는 유통 주식 수와 거래량이 너무 적어 돈이 조금만 들어와도 주가가 급등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제2의 삼성중공우로 불린 쌍용양회우도 지난달 1일 1만4550원으로 시작해 이달 15일 6만63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해당 기간 중 8거래일 상한가를 보였다. 특히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쌍용양회는 보통주의 주가가 우선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자 불리한 요소를 없애기 위해 지난 12일 종류주주총회를 열어 우선주 유상소각 특별 건의를 승인했다. 그럼에도 우선주가 상한가 행진을 멈추지 않자 쌍용양회 측은 "주식소각 기준일까지 우선주를 보유하는 경우 우선주는 1주당 9297원의 가격으로 소각될 예정인 것을 참고해달라"고 공시했다. 쌍용양회 측이 공시한대로 우선주를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해 강제 소각될 경우 손실률이 80%를 초과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쌍용양회우 상장폐지 전까지 단기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기준 쌍용양회 보통주는 5650원으로 마감해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가 약 12배에 달했다. 당시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가 6500원에서 9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우선주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리는 것이다. 즉 투자자들이 상한가를 보고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뒤늦게 뛰어들다 '불나방'이 될 수 있다. 고점에 물려 팔지도 못하고 손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쌍용양회우는 16일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4거래일 연속 주가가 미끄럼틀을 탔다. 21일 쌍용양회우는 15일 종가(6만6300원) 대비 49% 하락한 3만9000원에 장을 마감해 4거래일만에 반토막이 났다.

◆홍성국 의원 "금융당국, 우선주 투자 보호 대책 강도 약해…규제 강화하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우선주 투자 피해자가 없도록 한국거래소와 함께 '우선주 관련 투자자 보호 강화' 추진 내용을 발표했다.

당국은 우선주와 보통주 가격 괴리율이 50%를 초과하는 종목에 대해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3거래일간 단일가 매매 제도를 시행했다. 또한 우선주 상장주식수 진입 요건을 50만주에서 100만주 이상으로, 시가총액은 2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달 28일부터 상장 주식 수가 50만 주 미만인 우선주 종목은 정규 시장 및 장 종료 후 시간외시장에서 30분 주기의 단일가 매매도 진행했다.

하지만 당국이 내놓은 우선주 규제의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당국이 우선주 규제 방안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우선주의 광풍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보통주와 연동해 변동폭을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우선주는 거래량이 적고 특정인이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금융위가 내놓은 관련 대책은 강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주에 비해 지나치게 가파른 주가상승률을 보인 우선주 광풍 현상과 관련해 보통주와 우선주 가격을 연동해 상승·하락폭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위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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