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10.24 10:00

네이버·카카오 총수 증인 채택 무산…구글·넷플릭스 한국지사 대표들도 불참
국감장에서 화상회의, VOD판독, AR글래스 시연 등 IT기술 다수 등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2일 국정감사장 모습. (사진=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국감 직전,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정책을 공식 명시하고 네이버가 쇼핑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공정위 징계를 받으며 국감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극복 못 하고 '맹탕국감'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여야 합의 실패와 글로벌 팬데믹 여파에 제대로 된 증인 출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네이버 등 기업의 총수를 불러내야 한다는 야당과 경영진보다 실무진을 불러야 한다는 여당은 서로 대치 끝에 증인 채택 단계부터 꼬였다. 더구나 '글로벌 IT기업'의 갑질을 질책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구글과 넷플릭스 한국지사의 대표는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번 과방위 국감을 '네이버', '맹탕국감', '언택트국감'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해진 증인" 외친 국민의힘, 결국 무산

야당 국민의힘은 최근 언택트 상황을 타고 더 크게 성장하고 있는 네이버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이 우선 목표로 꼽은 것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국감장 출석이었다.

국정감사 첫날인 7일, 야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첫 발언으로 "이해진 네이버 GIO의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합의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를 "갑질로 공공에 해악을 끼치는 흉기", "우월적 지위로 공공 이익보다 탐욕을 키워가는 기업"이라 호칭하며 이해진 GIO의 증인 채택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허은아, 박대출, 김영식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달아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뒤에도 국정감사가 열리는 날이면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마다 이해진 GIO의 증인 채택 건을 꾸준히 언급했다.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지난 14일 네이버 본사를 찾았다. 과방위에서는 김영식, 정희용, 허은아 의원이 함께했다. 이를 통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국감에 참석했으나, 이해진 GIO의 과방위 국감 출석은 끝내 무산됐다. 일본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고 전해진 이 GIO는 현재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옵티머스 연루 의혹에 휩싸인 한국전파진흥원을 주요 타깃으로 바꾼 듯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22일 증인으로 채택된 최남용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 대상자라는 이유를 대며 불참해 마찬가지로 맥이 빠졌다.

◆'맹탕국감' vs '빈총국감'…여야 "우리 탓 아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핵심 증인 참고인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고 있어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맹탕 국감이다', '방패 국감이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과방위가 국민과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같은 날 "국정감사가 맹탕 국회다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은 증인이 채택이 안 돼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어찌 보면 빈총국감 같기도 하다. 총을 쏘는데 빈총이다. 의원들이 국감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차원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응했다.

여야 모두 이번 국감의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는 눈치다. 다만 그 이유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야당 측은 증인 채택을 두고 여당이 훼방을 놓아 제대로 된 질의가 어려웠다고 공격했다. 반면 여당 측은 국정감사에서 활약해야 할 야당 측 준비가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국감에 증인,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이들로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최남용 전 본부장, 펭수 등이 있다. 낸시 대표는 해외 거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화상을 통한 국감장 참여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변이 드러날 것에 대한 우려로 불참한 펭수를 두고는 국감 희화화 논란 역시 일었다.

여야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두고도 합의에 실패했다. 과방위에서는 국감 내에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 같은 언급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마지막날 이견이 생겼다. 박성중 의원은 23일 "졸속 법안을 올릴 수는 없다. 더 연구하고 들어가보니 구체적으로 해도 늦지 않을 듯 했다. 이번에 (상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야당 측은 합의했다"며 "여당도 증인 채택 관련해서 하나의 양보도 협의도 없었다. 상생 협력에 대해 여당에 섭섭한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

22~23일 이어진 구글, 넷플릭스 실무진 질의에서도 성과는 많지 않았다. 22일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를 향해 통신3사, 휴대폰 제조사의 구글 독점 참여 등 새로운 사실이 공론화되며 맹공이 이어졌지만, 새로운 조치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23일 넷플릭스 측 실무자로 나온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노력하겠다", "본사에 잘 전달하겠다"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SKT, KT, LG유플러스 등의 통신 사업 대표들이 출석한 7일 국감에서 "통신비 인하를 검토하겠다" 정도 약속만 나왔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 등 정쟁으로 얼룩진 지난해 과방위 국감에 비해 그나마 정책 위주 질의가 충실히 이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2일 경북대 실험실 사고, 구글 대상 질의 등에서는 여야가 힘을 모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던지며 정쟁을 배제한 알찬 질의를 만들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화면 속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13일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종이 없는 국감, 화상 국감…새 시대 맞은 '언택트 국감'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를 맞아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색다른 모습도 여럿 연출됐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는 화상 국감이 시도됐다. 이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장들은 화상으로 국감장에 출석했다. 의원들은 화면 속 기관장들을 향한 질의를 이어갔고 이들도 화면 너머로 답변했다. 영상으로 진행된 국감에도 질의 자체는 큰 문제없이 이어졌다.

다만 익숙지 않은 시도인 만큼 다소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있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오전 질의에 앞선 보고에서 끊기는 화면, 지직거리는 소리에 순서를 뒤로 미뤄야 했다. 이날 오후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장석영 과기부 2차관의 화면이 멈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 차관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화면이 멈춘 것처럼 보인 것이었고, 이에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조금씩 움직여주세요"라고 주문해 장내 웃음이 터졌다.

7일 국감에서는 박대출 의원의 '권포유착' 발언을 두고 VOD 판독이 벌어졌다. 회의를 찍은 VOD를 보고 돌아온 박 의원은 본인의 과한 발언을 사과했다. 22일에는 박성중 의원이 LG유플러스의 'AR 글래스'를 들고 와 시연했다. 몇 차례 실수는 있었으나, 화면을 당기거나 두 앱을 함께 실행하는 등 여러 기능 시연에 장내 분위기가 화기애애지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종이 없는 국감' 선언이 나왔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들고 오는 질문지나 자료 등은 그대로 두되 기관 업무 보고서를 없애 종이 소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12일부터 국감장에서는 높이 쌓아둔 종이 보고서들의 모습이 줄었다. 이원욱 위원장은 이를 두고 "과방위가 기후 변화도 막고 ICT 산업을 선도한다는 의미도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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