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0.10.24 22:10

CGV, '체험형 관람공간' 개편 선도…OTT로 경험 못할 재미·만족감 제공한다면 '성공'

10월9일 한글날인데도 인적이 드문 메가박스 코엑스몰점 (사진=김남희 기자)
10월 9일 한글날인데도 인적이 드문 메가박스 코엑스몰점 (사진=김남희 기자)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영화관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지난 19일 CJ CGV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에만 약 2000억 원 영업손실을 보는 등 피해가 커 추후 3년간 전국 직영점 119개 중 최대 40개를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가 직영점의 30%를 줄이는 극약 처방을 내릴 만큼 현재 국내 영화관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며 지난 1월부터 9월까지의 극장 누적 관객 수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0.8%(1억 2090만 명), 70.7%(1조 239억 원) 감소했다.

피해 복구가 언제쯤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영화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생긴 만큼 영화관 산업이 정상화되는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오직 코로나19 때문에 맞이한 미증유의 사태인지는 고민해볼 구석이 있다.

국내 영화 산업에서 극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예전부터 줄어드는 추세였다. 2010년도에 극장, 디지털, 해외 부문을 종합한 전체 영화 산업 매출 중 88.1%를 차지했던 극장 매출 비중은 점점 떨어져 2019년도에는 76.3%를 기록했다.

관객 수도 2013년부터 연간 2만 1000여 명대로 정체되어 있었다. 

지난해에 관객 수 2만 2000명을 넘기고 매출액이 오르는 등 반짝 성장하긴 했지만 도동준 영진위 정책연구팀장은 이를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기록은 '겨울왕국2', '기생충' 등 국내외 흥행작이 연달아 나오고 평균입장료가 상승한 영향으로, 산업 규모의 실질적인 성장폭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반면 OTT(Over The Top)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영화 산업에서 OTT를 포함한 디지털 온라인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4%에서 2019년 20.3%로 10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CJ ENM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 원에서 올해 7801억 원으로 급증했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8.1%다.

즉 코로나19 이전부터 극장가가 중심이던 영화 산업의 지형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의 거센 바람으로 무너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현수 영진위 정책사업본부장은 "기술 발달과 플랫폼 변화에 따른 영화 산업 지각변동이 코로나19로 인해서 한층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체험형 관람공간' 재편 성공할까

현재 영화 산업 전반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상영관이 예전의 활기를 완전히 되찾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김현수 본부장은 "그간 영화수익의 주축은 티켓값으로, 제작·배급사와 극장 측이 이를 나눠 가지고 이후 IPTV와 OTT 등 플랫폼에서 부가수익이 났는데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극장산업의 독보적인 지위가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렇다고해서 영화관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드물다. 영진위는 지난 1월 "극장의 미래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으며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진화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연구 결론을 낸 바 있다.

영화관들도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영화관을 '체험형 관람공간'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 선두주자는 CGV다. CGV는 영화관을 단순한 영화관람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컬쳐플렉스'로 변모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4DX, 스크린X 등의 특수관과 더불어 레스토랑과 영화관을 결합한 '씨네드쉐프', 도심 속 자연을 표현한 '씨네&포레', 영화관과 방탈출 게임을 접목한 '미션브레이크'와 같은 콘셉트 특수관을 운영 중이다.

현재 영화관들은 당장의 어려움을 타개하려 입장료를 인상하고, 통대관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언택트 시네마 시스템을 도입해 티켓 구매 및 입장권 확인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가시면 그 수가 적든 많든 사람들은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이런 자구책으로 그때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더 강력해질 OTT와의 혈투를 치러야할 판이다. OTT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한 재미와 만족감을 제공하는데 성공한다면 관람객들은 기꺼이 입장권을 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아직 영화 생태계 변화를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후에 영화관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극장이 영화 산업에서 가지는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