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0.10.25 10:42

신용대출도 2조 아래로…은행들 '대출 조이기' 연말까지 이어질 것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스웍스DB)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한풀 꺾였다. 아파트 거래가 뜸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신용대출도 부동산 시장 유입을 걱정하는 금융감독의 '경고'에 따라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총량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22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54조4936억원으로 9월 말(649조8909억원)보다 4조6027억원 늘었다.

아직 이달 은행 영업일이 5일 정도 남았지만, 증가 폭이 9월(6조5757억원)보다 30% 줄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8월(8조4천98억원)과 비교해도 45%나 감소했다.

특히 9월 4조4419억원이나 불었던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들어서는 2조758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 신용대출 증가액(22일까지 1조6401억원)도 9월(2조1121억원)보다 22%, 8월(4조705억원)보다 60% 급격히 감소한 수준이다.

남은 영업일을 고려한다 해도 10월 신용대출 증가 폭은 은행권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약속한 월별 상한 기준 '2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저금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열풍,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등이 겹쳐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나던 가계 대출의 급증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불과 한두 달 전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대 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월별 증가액은 지난 8월 11조7000억원으로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9월 증가 폭(9조6000억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 기타대출의 월간 증가액도 불과 2개월 전인 8월 5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주택 '거래 절벽'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 6월 1만5604건 ▲ 7월 1만647건 ▲ 8월 4985건 ▲ 9월 3677건 ▲ 10월 1118건 등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신용대출의 경우 이미 등급 등 여건이 되는 사람은 거의 다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데다, 총량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시중은행들은 속속 전문직군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율)를 기존 최대 300%에서 200% 수준으로 낮췄고, 우대금리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금리도 0.2%포인트 안팎으로 높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비공식적으로 금융당국이 5% 전후 증가율(전년 대비)로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을 통제하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 정책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 규제도 사실상 없어졌다"며 "하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 신용대출에 대한 당국의 '비공식' 규제가 있었고,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 진정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런 '대출 조이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들어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정책대출과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여신 성장률이 계획을 웃돌았다"며 "하지만 3분기부터 수익성,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4분기 여신은 9월 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가계 신용대출 증가세는 취급 기준 강화로 완만해질 것이고, 기업대출도 9월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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