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0.25 13:10

경영권 당장 변화 없지만 ‘10조 내외’ 막대한 상속세 걸림돌…차제에 새 지배구조 마련 시동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함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회장이 보유중인 주식을 유족들이 물려받으려면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 일가가 현금으로 지닌 자금이 여의치 않아 주식 일부를 매각하게 되면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당장은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는데 큰 어려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합병·회계부정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상속세 문제라는 또 다른 걸림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0%, 삼성SDS 0.01%, 삼성라이온즈 2.5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18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막대한 증여·상속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최고 실제 상속세율은 65%에 달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삼성 일가는 약 10조원 내외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 주식만 상속받을 경우에도 증여·상속세 부담은 1조원을 넘어선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등과 특수관계인이어서 경영권 할증률 20% 부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삼성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재산의 상당부분이 주식으로 묶여 있어 10조원이라는 금액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7년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부터는 삼성에서 월급을 일체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펼쳐오고 있어 상속세를 현금으로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들이 삼성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현재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경영권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 오너 일가는 이 부회장이 지닌 삼성물산 주식 17.48%에다가 그외 가족들이 보유한 14.12%를 합쳐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 오너일가 측 주식이 57.25%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이 회장이 20.7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손질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이 보유중인 삼성바이로조직스 주식을 팔아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인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세금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떠오른다.

개편의 핵심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 회사와 삼성생명을 한 축으로 한 금융지주로 나누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 보유 지분 한도를 10%로 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완전히 정해지기 이전에는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연이자 1.8%를 적용해 1차로 전체의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지불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 구본무 선대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이같은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

‘사법리스크’ 문제도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불법승계’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또 추후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수사와 기소를 할 때도 ‘불법승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이를 극복하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지배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삼성이 이 회장의 별세를 변곡점으로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구조를 그동안 많이 연구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둘러싼 재판 과정에서 사정기관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면서 “만약 삼성에서 또다시 무리해서 경영권을 방어하려 하면 비판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의 별세에 맞춰 지배구조 문제를 조금씩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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