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4.11 14:50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부두에서 미주지역으로 수출될 차량들이 선적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기아자동차가 11일 이 달안에 국내외 시장에서 1억대 판매가 확실시 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평가다. 
해외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량 1억대 돌파 보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판매량 5위권내 진입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자동차 판매 글로벌 ‘톱 10’에 들어간다는 것이 현대‧기아차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세계 완성차업계의 새로운 역사 될 것
자동차는 고가품인데다, 기업이나 국가 수요가 아닌 소비자 수요가 발생하는 공산품 중 가장 많은 부품이 필요한 제품이다. 현대‧기아차 이전, 인구 1억이하 국가의 자동차업체가 글로벌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또 수많은 부품업체가 전방산업으로 육성돼야 하는 만큼 국가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산업규모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글로벌 톱10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대‧기아차 이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정설이었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주요참전국들의 독점 산업이었다. 장갑차 등 방위산업체가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태리가 세계적인 강국이었고 이들 국가들이 보유한 2~3개의 자동차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싹쓸이 해왔다.

이처럼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기아차가 아니었다면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고 ▲세계 대전 주요 참전국도 아닌 국가에서 자동차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 발전한 예는 찾아볼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환경에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톱5 진입에 이어 자동차 생산 54년만에 1억대 판매를 돌파한다는 것은 세계 완성차업계에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미국 앨라바마주 몽고메리시 현대차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의 자동차 생산모습.<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국가 먹거리 산업으로 발돋음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포드를 제치고 생산량 순위 글로벌 톱5로 진입하면서 국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두자릿 숫자로 괄목상대한 발전을 이뤘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의 12.7%, 부가가치 비중 12%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이 됐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13억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3.5%를 차지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559억달러를 기록, ‘수출전략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세계 경기둔화로 인해 수출 효자산업이던 조선‧철강 등이 무너진 가운데 일궈낸 실적이라 더 값진 결과다.
이 같은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국가 세수 수입 증가로도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관련 세금은 총 37조3000억원으로 국가 세수의 14.7%에 이른다.

<자료제공=현대차, 그래픽=뉴스웍스>

'신의 한수'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지난 1998년 현대‧기아차가 합병한이후 국내 자동차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자동차판매 시장이 세계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부품업체들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현대차가 기아차 인수 후 가장 큰 변화는 판매 영토를 국내에서 세계 시장으로 넓혔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기아차 공장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 퍼져있다. 이와 함께 부품업체들도 최근 10여년동안 급성장했다.
현대기아차의 부품 협력 대기업은 2001년 46개에서 지난해 139개로 3배 늘었고, 중견기업 역시 같은 기간 37개에서 110개로 늘었다.
협력사들의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1차 협력사의 경우 2014년 평균 매출액은 2589억원으로, 2001년 733억원과 비교해 3.5배 증가했다. 또 매출 1000억원 이상 협력사 수는 2001년 62개에서 2014년 146개까지 늘었다.
이같은 협력사들의 성장은 현대ㆍ기아차와의 안정적인 장기 거래와 함께 적극적인 해외 동반진출을 통해 가능했다. 현대‧기아차와 협력사 간 평균 거래기간은 28년에 달한다. 지난해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는 608개사에 이르고 있다.

슬로바키아 질리나시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사진제공=기아차>

글로벌 경영의 핵심 품질
현대‧기아차가 승승장구한 지난 2000년 세계 완성차 시장은 치열했다. 새로운 엔진이 1년에 한번씩 나왔고 무소음 전쟁에서 힘이쎈 엔진까지 변화속도는 어떤 산업분야보다 빨랐다. 이런 시기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었던 힘은 품질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품질경영과 미래차 시장을 위해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사진=DB>

이를 이끈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1974년 현대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현대자동차서비스 대표이사로 기업 경영을 시작한 후,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 부품산업을 육성하다,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자동차를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 부품 품질이 자동차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차례차례 습득한 후 완성차 경영을 맡은 정 회장의 경영 방침은 ‘최고의 품질’ 이었다.

이런 품질 경영을 위한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경영을 이룰 수 있는 성과물이 되었다.

홍성수 서울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패스트 팔로어였다면 이제 미래차 시장을 어떻게 선도해 나가느냐는 새로운 숙제를 안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미래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있을 때 지난 역사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1993년 처음 1000만대 고지를 넘어섰으며 2008년 5000만대를 달성한 바 있다. 아울러 2014~2015년 2년 연속으로 연간 800만대 이상 판매하며 세계 5위의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는 196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총 9970만대를 판매해 이달 중 1억대 누적판매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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