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0.27 15:05

나경원 전 의원 "한국 상속세율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합리적 논의 시작할 때"

(사진제공=픽사베이)
상속세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에 부과되는 상속세가 역대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한국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줄 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7일 오후 2시 기준 4821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준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산 18조 중에 10조를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 이게 말이 되냐"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라는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에 엄청 큰 타격이 올 것"이라며 "18조원이라는 돈은 다 세금을 내가면서 번 돈이다.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씩이나 떼느냐. 제발 삼성도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 것도 못 해주냐"라고 덧붙였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전체 18조원 규모로, 법률상 내야 하는 상속세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이들 지분에 대한 상속세 총액은 주식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최대주주 할증률인 20%를 할증한 다음 50% 세율을 곱하고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약 10조6000억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내야 하는 세금이 막대한 이유는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은 OECD 36개국 중 한국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주기보다 매각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높을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개정안 할증률 20%)도 추가된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있는 OECD 19개국(이외 OECD 17개국은 직계비속 상속세 부담 없음)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은 25.6%(2018년 기준)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2011년 사망했을 당시 유족에게 매겨진 세금은 대략 28억달러(유산 70억달러에 세율 40%)로 원화로는 3조4000억원 정도였다. 니나 왕 홍콩 차이나켐그룹 회장이 2007년 사망하면서 남긴 1000억홍콩달러(약 15조원)의 유산을 놓고 떠들썩한 상속재판이 벌어졌으나 홍콩에는 상속세가 없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상속세율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쟁쟁한 해외 선진국을 가더라도 삼성이란 브랜드가 우리 국민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며 "부고 소식에 서둘러 '상속세 똑바로 내라'는 엄포부터 내놓는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상속세율,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상속세 완화에 대한 의견이 있었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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