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8 05:00

민주당 "경기회복·뉴딜 위해 8.5% 증액 필요" 국민의힘 "내년 국세수입 8.5% 감소…국가부채비율 2년 만에 10%p 급등"

국회의사당. (사진=전현건 기자)
국회의사당.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1대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여야는 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과 쟁점 입법을 놓고 치열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공정경제3법·노사관계법 개정, 확장 예산안 등 각 현안마다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2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예산과 입법 활동이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정쟁보다는 여·야의 협치, 그리고 국회와 정부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바람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감수하도록 예산이 짜여져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여당 의견과는 달리 야당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강조하면서 방만한 예산의 삭감 투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예산안의 법정 통과시한은 12월 2일로, 향후 1개월여 동안 여야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 3법'이 통과할지도 주목된다.또한 경제3법에 연계해 국민의힘이 제안한 노동관계법 개정도 함께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야당 비토권 발동하면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별검사 임명 먼저"

이낙연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는 입법과 예산"이라며 개혁·민생·미래입법을 3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예산에 대해서도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출발을 위해 긴요하고, 민생을 돌보는 데도 불가분하다"며 "최대한 정부안에 충실하되 더 합리적 방안이 있다면 받아들여서 제한된 시간 안에 통과되게 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정기국회 후반전에는 민생과 경제에서 본격적 성과를 내야 한다"며 "민생 경제를 회복하고 코로나 이후의 미래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입법과 예산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공수처 출범이다. 국민의힘이 야당 몫 후보 추천위원 2명을 최근 내정하면서 한걸음 진척될 가능성이 생겼지만,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면 공수처 출범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장 임명 요건이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이어서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으로 내정한 이헌 변호사에 대해서도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의혹으로 유가족에 고발당했다"며 "혹시라도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통해 대응하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부패 범죄'로 한정하는 독자적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독소조항 문제를 쟁점화할 전망이다.

또한 공수처 설치를 위해선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공수처가 아니라 떳떳한 공수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임·옵티머스 특검 도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 여당이 우리 개정안을 논의해보자고 했고 특별감찰관 후보자·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추천한다고 말한 게 있으니 지켜볼 예정"이라며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이 끝난후 걸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3일 오전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이 끝난후 걸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공정경제3법, 정부 원안 기반 일부 보완"…국민의힘 "노동관계법과 연계 처리하라"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도 난항이 예상된다.

공정경제 3법에는 자회사가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모회사 소수 주주도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회사를 감독하는 감사를 분리 선출해 대주주의 구속력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등이 담겼다.

경제계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기업사냥꾼들로부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 원안을 유지한 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보완 장치를 마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놓고 "중복수사, 별건수사, 소송 남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그룹감독법은 중복 규제라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또한 상법에 담긴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놓고도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탈취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3% 룰에 대해서는 해외 자본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나 기술 탈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기국회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 6일 경영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공정경제 3법은 아주 오래된 현안이고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여드리기 위한 것이지, 기업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경제3법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노동관계법과 연계해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한 상황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노동법이라는 건 성역처럼 돼왔다"며 "공정경제 3법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한꺼번에 같이 시정해야 앞으로 산업구조를 새로 변경하는데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과 노동법을 거래 대상 정도로 여기는 국민의힘 태도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미 거부 의사를 나타낸바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투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찬성이지만 기업을 못 하게 할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안 된다"며 "임대차 3법처럼 얼렁뚱땅 마음대로 처리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할 예정이다. (사진=전현건 기자)
국회 본회의장에서.(사진=전현건 기자)

556조 역대 최대규모 예산전쟁…재정적자·국가채무 최대 쟁점

역대 최대 규모인 556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 심사를 두고도 여야는 불꽃 전쟁을 펼칠 전망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28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것을 시작으로 국회가 예산 심의에 본격 착수한다. 

다음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가 가동돼 심사에 들어가며, 여야는 다음달말까지 예결특위 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정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매년 국가 예산안이 각종 정치쟁점의 협상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치쟁점과 엇물리면서 충실한 심사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특히 정부·여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기회복과 한국판 뉴딜 등을 위해 사상 최대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슈퍼 팽창예산'을 편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빚 폭탄'을 우려하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관리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555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에 비해 8.5%(43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역대 최대인 89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다.

문제는 수입이다. 정부의 내년 국세수입은 282조8000억원이다. 올해 예상치(본예산 기준 292조원)보다 9조2000억원(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입 경정이 포함됐던 3차 추경 당시의 올해 국세수입 예상(279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조1000억원(1.1%)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다. 코로나 쇼크로 인한 세수 위축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정부 수입이 사실상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면서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9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가 100조원, GDP 대비 5%를 넘도록 편성한 예산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내년말 945조원에 달해 올해 본예산(805조2000억원)에 비해 139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GDP의 4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37.7%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사이에 1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증가 속도다.

추경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지난달 정부의 예산안 발표 뒤 입장문을 내고 "내년 예산안은 한마디로 초슈퍼 팽창예산으로 관리재정수지 연간 109조7000억원 적자, 국가채무 연간 139조8000억원 증가라는 역대 최대 수준의 빚폭탄 예산안"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차기정부와 미래세대에 모든 빚 상환 부담과 재정건전성의 책임을 떠넘긴 몰염치 예산안"이라며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종식을 전제로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에만 몰두한 현실 인식 결여 예산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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