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10.27 19:00

국민의힘, 한동훈 검사장 등 주요 증인 국회 부르는데 실패…지지율 답보 이유 보여줘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20년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국감에 대해 '김 빠진 국감'이니 '맹탕 국감'이니 하는 평가가 나돌고 있는 양상이다.

뭔가 굵직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뻔히 예상됐던 이슈를 갖고 공방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야 중의 그 어느 한 편도 충격적인 이슈를 들고나와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 못하고 서로 잔 펀치만 교환하다가 국감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적잖다.  

국정감사는 사실상 야당들에게 '기회의 시간'이라는 것이 정계의 일반적 진단이다. 이런 좋은 호기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의석수 부족과 상임위원장 미확보, 전략적 실수 등으로 국정감사를 별다른 성과없이 흘려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는 야당이 신청한 국감 증인 중 채택되지 못한 증인이 100명이 넘었다. 

국감증인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해 현재 이슈를 타고있는 주요 증인을 국회로 불러들이지 못한 점은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윤석열 검찰총장 vs 추미애 법무장관... 예리한 충돌  

이번 국감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맹탕이라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서도 서로 대립되는 세력 간의 예리한 충돌도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간의 대립이다. 

지난 22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총장이 장관 부하라면 국민 세금을 들여 방대한 대검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총장에 대한 지휘권 박탈은 '비상식적'"이라고 추 장관의 그동안의 행보에 맹공을 가했다.

추 장관도 반격에 나섰다. 추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종합감사에 참석해 "윤 총장의 발언이 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윤 총장의 발언으로 국민들도 불안하다. 앞으로 잘 지도, 감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장의 발언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봤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으로서는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단히 죄송스럽고 지휘·감독권자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피력했다.

이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작심발언에 대해 공적인 국정감사 자리에서 대놓고 반박한 것이고 직제상 자신이 윤 총장의 상급자라고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답변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답변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 연대)

◆라임·옵티머스 사건... 현재진행형 사건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이런 갈등과 반목의 한 가운데에는 '라임·옵티머스 사건'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약 1조6000억원대의 피해액이 발생한 사건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부와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를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지만 부실채권 투자,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 구속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환매중단을 선언하며 벌어졌다. NH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유명 증권사까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옵티머스 채권을 판매하며 피해액이 더욱 커졌다.

횡령·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이 정국의 핵이슈로 부상했다. 야권은 라임 사태를 청와대, 여당 등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맹공을 펼쳤다. 

이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은 법무부가 주장한 '라임 사태 수사 지연 의혹'에 대해 대검의 입장문을 인용해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며 "(수사 지연 의혹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라임 사태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검사 추가 파견을 수차례 요구했고, 로비를 받은 검사들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난 26일 법사위 국감에서 라임 사태에 대해 "국감 도중에 총장이 상당한 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점이 보고됐는데, 이 사안에 대해 총장이 몰랐다고 하는 것에도 의혹이 있어 감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총장이 부인함으로써 감찰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 지난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수사의뢰한 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이 "부장검사 전결이라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에 대해서 반박했다.

추 장관은 "검찰 업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장이 남부지검에서라도 처리가 됐으니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답변했다면 대단히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감찰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교통위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교통위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진 공동취재단)

◆한빛 원전·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산재...'안전 보완' 시급

이번 국감에서 이슈화돼 주위를 환기시킨 사건은 '한빛 원전 3호기의 안전성 문제'였다. 원전의 관리자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시공업체의 도의적 책임을 얘기하면서 법률상으로 하자보수하겠다는 내용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와 함께 한빛 원전의 누적손실액이 조 단위가 넘어선 상태여서 원자력안전위원장의 해임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지역이슈로는 '삼성전자 광주광역시 사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지금 광주지역 노동청이 조사하고 있는 상태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올해 8월 광주 소재 삼성전자 4개 사업장을 현장 조사해 사고성 재해 10여건을 파악했는데, 삼성전자 측은 발생 보고와 발생원인 기록보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 664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산재 보고누락이 있을 경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소 경하게 처벌하고 있어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미 장관 '테스형'·강경화 장관 '남편 못말려'

이번 국감에선 가십거리로 불거진 두 가지 사건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첫째는 지난 1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에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이 울려 퍼진 것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장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정조준 해 "장관도 듣고 국민의 마음을 읽어달라"면서 자신의 질의시간에 음악을 재생해 김현미 장관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정부에서 '여행 자제' 목소리가 높았던 시기여서 이 교수의 '요트 구입 여행'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배우자의 미국행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국정감사를 받으면서 남편 관련 논란에 연신 사과했지만 강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자신의 남편에 대해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뭐 하지만, 제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해 국정감사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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